“비상! 비상! 비상!”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와이프의 기분이 심히 불쾌해 보인다. 직감적으로 뇌 내 편도체가 상황을 감지하고는 초고속으로 행동을 지시했다. 캘린더의 오늘 날짜를 확인함과 동시에 집안의 곳곳을 샅샅이 스캔 했지만 다행히 결격 사유는 없어 보인다. 그제서야 안심한듯 전전두피질이 상황 해제를 발령했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며 조심스레 이유를 물어보니 간밤에 필자가 바람 피는 꿈을 꾸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최근 ‘이혼숙려캠프’에 심취한 탓 이려니 하며 마음에도 없는 심심한 사과의 말을 건네고 나자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쓸데없는 꿈은 도대체 왜 꾸는 걸까?’
◆ 과적합 뇌 가설(overfitted brain hypothesis)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까지도 많은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가설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AI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각광을 받는 이론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에릭 호엘 교수의 ‘과적합 뇌 가설’ 이다.
우선 ‘과적합’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적합 이란 AI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특정 데이터에 너무 맞춰져서 훈련을 하게 되면 새로운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데, 공부할 때 시험 예상 문제에만 몰입하여 학습하면 실전에서 문제가 조금만 달라져도 풀지 못하는 학생이 적절한 예라 하겠다.
호엘 교수는 사람 역시 일상적인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과적합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럴 때 우리 뇌에 필요한 것이 바로 “꿈”이다.
◆ 데이터 증강 (Data Augmentation)
꿈에서는 늘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고 비현실적인 규칙에 따라 이상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를 데이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꿈은 일상적인 데이터가 증강된 채 노이즈가 한 스푼 추가된 형태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형 데이터를 뇌에 집어넣는 과정이 바로 꿈을 꾸는 것이다. 우리 뇌는 꿈의 실행을 통해 데이터를 다양화하고 익숙한 패턴에만 매달리지 않게 변수의 대응력을 키워 줌으로서 사고의 과적합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 ‘꿈’ 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늘 꿈을 꾸고 난 아침에는 안 잔 것 같은 피곤함이 남는다. 뇌가 데이터 증강을 하느라 쉬지 못한 탓일 수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컴퓨터는 발열 이슈로 성능이 저하되듯 우리의 뇌 또한 온전하게 쉬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 찬스의 간헐적 실행을 위해 깨어 있을 때 역시 과적합 방지를 위한 다양한 데이터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공부라는 한 길 만을 파고든 친구가 사회에서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한 방향성의 경험을 반복하면서 학습의 효율화는 성취하였지만, 지나친 과적합으로 인해 부족해진 유연성이 사회의 적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일단 학생은 공부만 하고 나중에 커서 다 경험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후에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1년 내내 잠만 자며 꿈을 꿔야 하는 비극적 처방을 동반할지도 모른다. 명심하자. 다양한 데이터의 확보는 효율성과 동시에 유연성을 길러준다는 것을.
글 마무리 전 문득 와이프에게 해줄 기막힌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이 내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당신이 꿈을 꾼 이유는 평소에 늘 잘해주는 남편의 모습이 과적합 되어서 일지도 모르겠어. 아마도 그런 남편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당연한 게 되어버릴 까봐 뇌가 직접 데이터 증강을 목적으로 그런 꿈을 꾼 게 아닐까 해.”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