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칼퇴는 글렀구만. 혹시 저녁 먹을 사람?”
밀린 업무가 많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저녁 동지를 찾는데, 적진을 홀로 돌파할 기세로 이대리가 단호박 답변을 날렸다.
“저는 저녁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거 같아 그냥 다하고 집 가서 먹겠습니다.”
그녀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김밥을 사러 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스쳤다.
‘과연 저녁을 먹고 일하는 것과 쭉 이어서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까?’
◆ 휴식의 뇌 (Resting Brain)
직장인에게 있어 휴식은 늘 부족해서 갈망하게 되는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집중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늘 배척해야 할 대척점에 있다고 여긴다. 멍 때리는 행위가 집중의 반대말로 받아들여 지듯이 말이다. 하지만 휴식은 집중의 반대가 아닌, 집중을 복구하고 강화하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집중하는 우리의 뇌는 전전두엽을 계속 활성화시키면서 신경전달물질의 사용량 증가 및 에너지 소모를 발생시켜 궁극적으로 신경 피로를 누적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휴식’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역할을 한다.
과열 방지 시스템: 스트레스 상태의 과부화 해소
신경 자원의 회복: 집중을 위한 연료 충전
무의식 정리 작업: 기존 정보의 정리 및 기억 통합
즉 뇌 구조적으로 휴식은 더 나은 집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정규근로시간에 농땡이를 피운 All-time 휴식 뇌 소유자라면 야근 저녁식사가 무의미 하겠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는 또 다른 집중의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의 집중도가 실제로는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 적응의 뇌 (Adaptive Brain) 그리고 생존의 뇌(Survival Brain)
일반적으로 집중이 잘 되는 순간 우리의 뇌는 ‘적응의 뇌’ 모드를 발동한다. 전전두엽과 해마가 활성화되는 이 순간 우리의 논리적 판단력은 상승하고 감정 조절이 용이해진다.
하지만 야근 시에는 늘 불청객이 집중과 함께 찾아오는데, 바로 ‘스트레스’ (이걸 언제 다해, 집에 언제 가, 짜증나, 등등) 다. 머리 속 편도체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면서 우리의 뇌는 급하게 ‘생존의 뇌’ 모드로 전환하는데,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에 예민수치가 한껏 오르고, 생각보다 반응이 앞서 즉각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자동 모드가 강제 실행되어 버린다.
근데 중요한 것은 이때의 스트레스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큰 위험이 아니다 보니, 마치 소 잡는 칼을 개미 잡는 데 쓰는 격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즉각적 신체 반응이 주 목적인 생존 모드에서는 올바른 판단과 집중, 그리고 기억 능력이 취약해진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자를 상상해보자. 스트레스에 절여진 편도체는 추격매수 혹은 즉각 손절이라는 그릇된 판단을 쉬이 내리도록 부추긴다.
스트레스성 야근에 지친 직원의 한껏 오른 예민수치는 울리는 카톡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고 스치는 소리에도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기억 능력 또한 마찬가지인데, 당황한 면접자는 마치 준비해온 예상 답변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새하얀 백지만 수차례 떠올릴 것이며, 면접이 끝나고 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입출력 모두의 기능 저하가 발생한 것이다.
즉 올바른 집중을 위해서는 생존의 뇌를 부르는 스트레스성 환경을 지양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생존의 뇌에는 활용할 만한 긍정적 기능이 숨겨져 있어 마냥 지양하기에는 아쉽다. 생존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이 비상모드는 초인적인 반응속도와 힘을 발휘하게 하고, 단순행동 실행에 있어 효율적인 일처리를 가능하게 만든다.
즉 적당히 활용한다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데, 즉 의도적 긴장을 유도하여 약한 스트레스를 유지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일처리에 있어 마감시간을 자체적으로 정한다든가, 나의 업무 목표를 남에게 약속하는 등의 행동은 적당한 스트레스 조장에 도움을 주는 행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절 능력이다. 집중과 이완의 교차 사이클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생존의 뇌를 자의적으로 조절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글을 집중해서 읽고 계신 여러분께 적당한 스트레스와 함께 휴식을 선사하고자 한다. 자 모두 지금부터 눈을 감고 1분간 심호흡을 하며 뇌를 리셋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보자.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