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 번 들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맴도는 그 노래, 특정 멜로디가 입속을 맴돌아 평온을 앗아가는 바로 '귀벌레 현상' 또는 '이어웜(earworm)'이다.
현대인의 일상에 스며든 보편적 고통인 이 현상은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통 15~30초 멜로디가 반복 재생되며 누구나 겪는다. 특히 수험생들은 '수능 금지곡'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생길까? 뇌가 노래를 '중독'으로 기억…과학적 메커니즘, 뇌의 '반향실'이 울리는 이유
과학자들은 이를 비자발적 음악 이미지(INMI)로 규정하며, 뇌의 작업기억과 감정 영역이 얽힌 결과로 본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서구 인구의 98%가 경험한 이 현상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라, 인간 뇌의 진화적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창이다.
이어웜은 뇌의 작업기억과 감정 영역이 결합해 발생한다. 이어웜은 보통 15~30초 길이의 멜로디 조각이 반복 재생되는 형태로, 뇌의 음운 루프(phonological loop)가 이를 붙잡는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실버스바이그 교수는 "작업기억 네트워크와 편도체(감정), 복측선조체(보상)가 연결되어 자동 재생된다"며 "짧고 반복적인 후렴구가 뇌의 '반향실'을 자극하며 자동 재생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런던 골드스미스大 빅키 윌리엄슨 연구는 음악 노출 외에 단어, 감정, 짧은 음표가 트리거가 된다고 밝혔으며, 이는 무작위 인기곡에서 자주 발생한다.
숫자로 보는 보편적 '고통': 9명 중 8명 이상…주 1회 이상 '고통' 당한다
이 현상은 드물지 않다. 아주 보편적이란 의미다.
핀란드 1만2420명 온라인 설문에서 91.7%가 주 1회 이상 경험했으며, 미국 워싱턴大 229명 조사에서도 88%가 당일 또는 최근에 겪었다. 또 다른 연구는 72~92% 인구가 정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집계했다. 경험 샘플링 연구(131명)에서 회상법으로는 주 여러 번(44%), 하루 여러 번(26%) 보고됐고, 에피소드 지속은 10분~30분(37%)에 달했다.
영국 브리티시 저널 오브 심리올로지 연구는 지속 시간을 15~30초로 한정지었고, 음악 애호가나 개방적 성격일수록 이런 곡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콘서트나 스포츠 중계에서 자주 재생돼 귀벌레 트리거가 된다. 즉 음악 자극으로 가사·멜로디가 뇌에 각인되며 스트레스나 감정 변동이 이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피로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더 강해지는데, 이는 뇌가 익숙한 패턴으로 위안을 찾기 때문이다. 감정 변동 시 멜로디가 뇌에 각인되며 지속된다.
OCD(강박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연관도 뚜렷해 강박 특질이 강한 사람이 더 빈번히 앓는다. 2024년 저널 연구에서 OCD 특질이 높은 집단의 이어웜 빈도가 불안정하게 증가했으며, 작업기억이 약한 ADHD는 덜 겪는다.
미국 베일러大 연구는 주 1회 이상 겪는 이들의 수면 장애 위험이 6배 높다고 경고했다. 트위터 빅데이터(6개월 8만건) 분석에서는 부정 감정이 지배적이었다.
문화·철학적 시선: 영혼의 '끈질긴 메아리'
이어웜은 문화적으로도 매력적이다. 단순 번거로움이 아니라 문화적 유산이라는 해석이다. 이어웜은 고대 구전 역사에서 리듬·운율이 기억을 새겼듯, 뇌는 이를 진화적으로 보존한다.
철학적으로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멜로디가 영혼의 이데아로 스며들어 자발 재생되는 '무의식의 반항' 혹은 '무의식속 끈질긴 속삭임' 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인지 자본주의'의 산물로, 반복적 소비를 유발하는 '정신적 습관'이다.
수능 시즌에 금지곡으로 까지 화제가 되는 건, 그만큼 강력한 문화 아이콘임을 증명한다.
한국의 '수능 금지곡' TOP: 링딩동부터 APT까지
한국 수험생에게 이어웜은 '수능 금지곡'으로 직결된다. 혹은 스트레스 완화 메커니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무위키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역대 대표곡은 샤이니 'Ring Ding Dong', SS501 'U R Man', 레드벨벳 'Dumb Dumb'이다. 최근 에스파 'Supernova', 비비 '밤양갱', 로제·브루노 마스 'APT', BTS 'Dynamite'가 최강으로 꼽힌다.
SBS 플레이리스트처럼 NCT U 'Baggy Jeans', 오마이걸 'Dolphin', 티아라 'Bo Peep Bo Peep'도 자주 언급된다.
글로벌로는 Lady Gaga 'Bad Romance', Queen 'We Will Rock You', Rick Astley 'Never Gonna Give You Up'이 압도적이다.
왜 이렇게 '귀에 착착' 붙나? 5대 과학적 비밀…퀸 'We Will Rock You' 분석
퀸의 'We Will Rock You'는 이어웜의 절대 강자다. 1977년 발매된 이 곡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에서 역대 가장 중독성 강한 노래 1위로 선정됐다. 퀸은 TOP10 중 3곡(1위 포함)을 휩쓸었다.
더럼대 켈리 자쿠보브스키 연구는 빠른 템포와 비정상적 간격이 이어웜 확률을 높인다고 밝혔으며, 이 곡의 리듬 지문이 딱 맞는다.
2016년 세인트앤드루스대는 이어웜 공식을 제시하며, 리듬반복성, 예측가능성, 멜로디 강도, 놀라움, 청취자 수용성 5가지를 핵심으로 꼽았다. 'We Will Rock You'는 이 모든 요소를 완벽히 충족한다. 단순한 스탬프-박수 리듬(쿵-쿵-짝)이 뇌를 사로잡는 이유를 분석해 보자.
첫째 리듬 반복성이 최고다. 발 구르는 스탬프(쿵-쿵)와 박수(짝) 리듬이 100% 예측 가능해 뇌의 음운 루프를 자극한다. 멜로디 없이 리듬만으로도 인식 가능하다. 둘째 예측 가능성이다. 0.72초 간격의 안정적 비트가 뇌의 보상 회로(복측선조체)를 활성화한다.
그 다음은 멜로디 강도와 놀라움이다. 가사는 단순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강렬한 보컬과 갑작스러운 드럼이 감정 영역(편도체)을 자극한다. 끝으로 청취자들의 높은 수용성을 꼽는다. 콘서트나 스포츠장에서 떼창 유발로 집단 기억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 곡은 단순 이어웜을 넘어 문화 아이콘이다. 원주민 의식처럼 집단 리듬이 '열광'을 유발하며, 롤링 스톤즈 500대 명곡에도 선정됐다. 뇌과학적으로 청취시 청각 피질과 내부 경험 영역이 활성화돼 하루 종일 반복된다.
클래블랜드 클리닉 연구도 이 곡을 Lady Gaga 'Bad Romance'과 함께 '튠 웨지(tune wedgie)' 예시로 들며, 뇌의 phonological loop(음운 루프)가 15~30초 반복 재생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퇴치하는 팁, 껌 한 알로 끝…자연소리로 '벌레 퇴치'하기도
이어웜이 스트레스라면 퇴치법은 간단하다. 껌을 씹으면 음운 루프가 방해받아 효과적이다.
레딩大 연구에서 귀벌레 노출 후 껌 씹은 그룹이 안씹은 그룹보다 현상을 덜 겪었다. 더럼大 켈리 자쿠보브스키는 42초 'Earworm Eraser' 영상을 추천하며, 신경 패턴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자연 소리(파도·새소리) 듣기나 퀴즈 풀기도 좋다. 클래식 음악으로 대체하면 수험생에게 이상적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어웜이 인간성의 본질(기억, 감정, 문화의 교차)을 상기시키는 선물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과도할 때는 전문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