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한 개 2000원 한다는 데 진짜냐”며 치솟는 라면값을 직접 언급하자, 농심·오뚜기·삼양·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라면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 비상경제TF서 라면값 ‘직격’…“국민 고통, 대책 보고하라”
9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며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 데 진짜냐”고 물었다. 이어 “물가 문제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현황과 가능한 대책을 다음 회의 이전에라도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라면값을 비롯한 식품 물가 인상에 대한 정부의 강한 우려와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업계에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라면업계 ‘줄인상’…농심·오뚜기 이어 삼양·팔도도 ‘촉각’
올해 들어 라면값은 연이어 인상됐다. 농심은 3월 신라면 등 17개 제품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 짜파게티는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 대형마트 기준 신라면 대컵은 1500원, 신라면건면 대컵은 1800원, 프리미엄·대용량 용기면은 2000원을 넘는 제품도 속출하고 있다.
오뚜기 역시 4월 1일부터 진라면 등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진라면(봉지)은 716원에서 790원(10.3%↑), 진라면(용기)은 1100원에서 1200원(9.1%↑), 짜슐랭은 976원에서 1056원(8.2%↑) 등으로 올랐다. 오뚜기 참깨라면 대컵, 진짬뽕 대컵, 짜슐랭 대컵 등은 2000원을 넘기 시작했다.
농심과 오뚜기의 가격 인상에 삼양식품과 팔도 등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팔도는 “라면류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삼양식품과 하림산업도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라면값 인상 배경…원재료·환율·인건비 ‘트리플 부담’
라면업계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팜유·밀가루 등 수입 원료 가격 급등, 환율 상승, 인건비 및 물류비 증가 등 원가 부담을 꼽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수입 원재료 비용이 크게 늘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민 음식’ 라면 2000원 시대…정부 압박에 업계 ‘촉각’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지만, 최근 가격 인상으로 ‘한 봉지 1000원’, ‘용기면 2000원’ 시대가 현실이 됐다. 일부 프리미엄·대용량 제품은 2500원까지 치솟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 2000원’ 발언 이후 농심 주가는 4% 넘게 하락하는 등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정부와 여당은 물가를 민생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라면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 움직임을 재조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