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놀이에 매달리지 말고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에 힘써야 한다”고 강도 높게 경고한 후 금융위원회가 법·제도·규제 전면 재검토와 함께 민관 협력 100조원 규모의 첨단·혁신기업 투자 펀드 조성 등 대대적인 금융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28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 금융투자, 생명·손해보험, 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발언 후 처음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비생산적 금융’ - 특히 부동산 투기성 자금 공급 - 이 실물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 판단, 관련 법·제도·회계·감독 관행의 과감한 개편을 약속했다.
권 부위원장은 “현재 금융권에 적용 중인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규제 등 건전성 규제가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고, 생산적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을 순차적으로 보완해 금융권이 벤처,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분야에 더 많이 자금을 공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협회장들도 현행 금융권 자금이 과도하게 부동산 등에 집중된 현실을 인정하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재배분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산업은행 첨단산업기금을 모펀드로 하는 50조원 규모의 정책기금 조성과 민간 매칭으로 총 100조원 규모 혁신투자 펀드 조성 ▲부동산 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및 대출 규제 강화 ▲가계부채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금융권 자율 규율 강화 등의 정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 위주의 자금 쏠림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RWA)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부여해 은행들의 관련 대출 공급을 억제하고 정책 펀드나 벤처 투자 관련 RWA는 낮추도록 산정체계를 개편 중이다. 이는 부동산 대출 공급을 줄이고 실물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선진 금융규제 기법이다.
또 금융위는 2차 추경으로 편성된 장기연체채무자 지원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 규모 확대에 금융권과 공동 대응한다. 채무조정과 과도한 추심관행 개선으로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자본시장 활성화 및 소비자 보호, 보이스피싱과 불법 사금융 차단 등 실질적인 민생 금융 이슈에도 적극 나선다.
업권별로는 은행은 예대마진 축소와 부동산 중심 영업 패턴 탈피, 금융투자회사는 모험자본 중심의 기업금융 확대, 보험사는 국내 장기투자 확대,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역할 강화 등 규제 혁신과 자금중개 기능 강화에 집중한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혁신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조속히 정책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번 정책 전환은 국내 금융산업이 세계 경제 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흐름에 부응해 실물 경제 회복과 혁신기업 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진 정책 기조의 확장판으로 해석된다. 금융실물 연계 강화는 OECD 국가들도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이며, IMF 보고서(2024)는 금융시장의 과도한 부동산 집중이 경제 전반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자놀이에 머무르는 중금리·부동산 대출 중심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금융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공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위가 발표할 구체적 실행 계획과 이에 따른 법·제도 개혁 결과는 금융권이 실물산업에 투자하는 투자 대안으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