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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제2의 이태원 참사 막을 연구결과"…양(羊)과 곡물 통해 밝힌 압사예방의 물리학 법칙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3년 전 오늘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159명이 사망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안타까운 인명 피해 사건이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15분경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에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파가 몰리며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참사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역대 최대 인명 피해 사고로 기록됐으며, 서울 도심 대형 참사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군중 행사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압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WGBH, El Pais, Nature, Royal Society Publishing, PubMed에 따르면, 스페인 나바라대학교의 응용물리학자 이커 수리겔(Iker Zuriguel)은 곡물과 양의 움직임을 연구해 군중 안전 분야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그의 연구는 밀집된 군중이 특정 임계밀도에 도달하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집단적인 물리 현상으로 전환됨을 규명, 대형 행사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압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것.

 

수리겔의 연구 여정은 20년 전 한 실험에서 출발한다. 당시 연구에서 출구 근처에 장애물을 설치하면 곡물이 원활히 흐른다는 결과가 있었다. 수리겔은 사일로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이 곡물에 내재된 물리적 특성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작은 장애물을 출구 위에 두자 2~3초마다 생기던 막힘 현상이 3분간 이어지는 연속 흐름으로 바뀌었다.

 

이후 그는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 산악 지역에서 목동과 함께 100마리 양을 좁은 출입구로 통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출입구 근처에 콘크리트 원기둥을 설치하자 전체 흐름은 약간 개선됐으나, 가장 길고 위험한 막힘은 90%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물리학 법칙이 군중의 움직임에도 유효함을 보여준다.​

 

실제 인간 군중 분석은 수리겔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는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산 페르민’ 축제 촬영 영상을 분석했다. 사람 밀도가 제곱미터당 4명에 이르면, 개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수백 명 단위로 동기화된 ‘원형 궤도 운동’이 18초 주기로 발생했다.

 

이는 군중이 개인 행동에서 집단 물리학으로 전환하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공동 연구자인 리옹 고등사범학교 물리학자 드니 바르톨로(Denis Bartolo)는 “이 궤도 진동이 일어날 때 군중은 마치 유체처럼 움직이며, 이는 뉴턴의 제3법칙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2010년 독일에서 발생해 21명이 사망한 러브 퍼레이드 참사 영상 분석에서도 동일한 원리의 궤도 진동이 치명적 압사 전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미세한 궤도 진동이 초기 단계일 때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군중 분산 혹은 출입 통제 등의 안전 대책을 사전에 실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리겔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이해한다면, 콘서트나 순례, 스포츠 행사 등 다양한 공간에서 군중 안전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진행한 양과 곡물, 군인 대상 실험 및 실제 대규모 군중 관찰은 개별 행동이 물리적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 역학으로 전환되는 정량적·시각적 증거를 확보, 수학적 모델링과 함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혁신적 군중 관리 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커 수리겔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2025년 2월 세계적 권위지 《Nature》에 출판되어 군중 역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향후 국내외 대규모 인파 관리 정책과 안전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 기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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