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총 113명이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건설업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아 정부가 강력한 경제 제재 정책을 내놓고 나섰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113명에 달했다.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대우건설로 20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어 현대건설 19명, HDC현대산업개발 18명, 현대엔지니어링 14명, 포스코이앤씨 13명 순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것은 10대 건설사 모두가 지난 6년 내 3명 이상의 사망 사고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올해만 살펴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7월까지 이미 16명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자 수가 전혀 줄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9월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 하한액은 30억원으로 설정되어, 영업 적자 기업에도 최소 30억원은 부과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상반기 영업이익 2143억원을 기준으로 약 107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작년 5명, 올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영업이익 적자가 이어질 경우 하한선인 30억원을 부과받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간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은 주로 소액의 벌금, 집행유예에 그쳤다"며 "안전투자가 더 이익이 되는 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건설업 안전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최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은 1.59로 OECD 경제 10대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10개국 평균인 0.78의 2배를 넘는 수준이며, 영국(0.24)과 비교하면 6.6배나 높다.
전체 산업을 봐도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024년 기준 1만명당 0.39명으로, 일본(0.12명), 독일(0.11명), 영국(0.03명)보다 월등히 높은 OECD 최악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0.29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과징금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 순위가 매겨지는 국내 종합건설사 1만7188곳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억원 이하인 곳이 1만6708곳으로 전체의 97.2%에 달해, 과징금 한두 번이면 대부분 건설사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준호 의원은 "산업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국가와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