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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왜 골드만삭스는 홍콩뱅커들에게 앤트로픽을 차단했을까?…금융허브 홍콩 AI전략과 미중 전쟁의 지정학적 교차점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골드만삭스가 홍콩에 근무하는 자사 뱅커들의 앤트로픽 ‘클로드(Claude)’ 사용을 전면 차단한 것은 단순한 내부 IT 정책 조정이 아니라, 미국 빅테크의 대중(對中) 규제와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의 AI 전략이 정면 충돌한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드만, 홍콩에서만 ‘클로드 스위치’ 내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홍콩 소재 직원들의 내부 플랫폼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 접근을 차단했다. 이 제한 조치는 수 주 전부터 시행되어 왔으며, 골드만삭스 법무팀이 해당 스타트업과의 협의 이후 앤트로픽과의 계약을 엄격하게 해석한 결과다.

 

골드만은 앤트로픽과의 계약을 재검토하고 스타트업 측과 협의한 끝에, 홍콩 직원은 어떤 앤트로픽 제품도 사용할 수 없다는 ‘보수적 해석’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제한이 특정 벤더(앤트로픽)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로이터와 해외 금융 전문 매체에 따르면 골드만 내부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다른 생성형 AI 모델은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즉, 골드만삭스의 이번 결정은 ‘AI 전면 규제’가 아니라 특정 공급자와의 계약·규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조정으로 볼 수 있다.

 

앤트로픽의 ‘중국·홍콩 리스크 규정’이 방아쇠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2025년 9월 개정한 서비스 약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앤트로픽은 공식 블로그와 약관 업데이트를 통해, 법·규제·안보 리스크를 이유로 일부 지역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핵심은 ‘지리’에서 ‘소유 구조’로 규제의 초점을 확대한 것이다. 2025년 9월 업데이트에서 앤트로픽은 중국 등 ‘지원되지 않는 지역’의 통제를 받는 기업·단체, 즉, 중국 본사를 둔 기업이 직접·간접으로 50%를 초과해 지배하는 법인은, 법인 소재지가 어디건 간에 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CRN 아시아 등 IT 전문 매체 분석에 따르면 이 조치는 “중국 자본이 우회 법인을 통해 미국 AI를 활용하는 루프홀을 닫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콩은 공식적으로 앤트로픽의 지원 지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으며, 홍콩 이용자·법인에 대한 ‘사실상 차단’이 이어져 왔다는 현지 해설도 다수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이 아니지만, 홍콩이라는 관할 구역과 앤트로픽의 강화된 중국 관련 정책이 맞물리면서 “홍콩 데스크에서의 클로드 사용은 계약·규제 리스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 문제가 아니라, 미국 AI 기업의 대중 견제 프레임 안에서 글로벌 금융사가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한 사례로 읽힌다.

 

‘딥 파트너십’ 위에 드리운 그늘


골드만과 앤트로픽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FT와 CNBC 등에 따르면 골드만은 무역 회계, 고객 온보딩,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등을 위해 앤트로픽 엔지니어를 내부 팀에 직접 상주시켜 자율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해 왔다.

 

골드만 CIO 마르코 아르겐티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매출과 비용을 일으키는 업무에 투입되는 단계”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고, CEO 데이비드 솔로몬 역시 "최신 모델 ‘Claude Mythos’에 대한 사이버 보안 리스크를 앤트로픽과 함께 평가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런 ‘딥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에서 오히려 더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골드만 전사 차원에서 앤트로픽 기술을 심화 도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와 정치 리스크가 높은 홍콩 데스크에서만 스위치를 내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앤트로픽 간 전략적 협력은 유지되지만, 지정학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선 “AI 디커플링”이 미세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홍콩의 ‘AI+금융허브’ 야망에 균열 신호

 

이번 결정은 홍콩의 장기 AI 전략과도 직결된다. 홍콩 재무장관 폴 찬은 2026년 홍콩 Web3 페스티벌 기조연설에서 AI와 Web3의 융합을 홍콩 금융부문의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고, 이른바 ‘AI+’ 전략을 공식화했다. 홍콩 정부가 발표한 2026~27년 예산에 따르면, 재정 흑자 전환(예상 29억 홍콩달러 흑자)을 계기로 AI를 경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재무장관 직속 ‘AI+ 및 산업발전 전략위원회’ 설치 ▲사이버포트 AI 슈퍼컴퓨팅 센터를 통한 3000 PFLOPS급 연산 인프라 구축 ▲금융·헬스케어·로보틱스 등에서 AI 적용 확산이 주요 축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금융사 홍콩 데스크에서 미국계 최첨단 AI 모델이 계약·제재 리스크를 이유로 차단되는 현실은 이 전략의 발목을 잡는 모순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일정 부분 개방된 데이터·자본 시장과 영미법 기반 제도를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미국 AI 기업들이 홍콩을 중국 리스크와 사실상 동일 선상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면, 홍콩 금융기관과 글로벌 은행의 ‘AI 도입 옵션 세트’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중 AI 디커플링, ‘현장 메뉴얼’ 단계로


중국은 이미 미국계 생성형 AI 모델(챗GPT, 클로드 등)의 본토 내 활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자국 빅테크(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가 개발한 모델 중심으로 생태계를 재편해 왔다. 이에 대응해 앤트로픽은 2023년부터 특정 지역에 대한 판매 제한을 도입하고, 2025년에는 중국 통제 기업에 대한 글로벌 차단이라는 ‘세컨더리 제재’에 가까운 약관을 마련했다.

 

골드만삭스의 홍콩 차단 결정은 이 같은 거시적 흐름이 추상적 규제 문구를 넘어,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델을 쓸 수 있는가”라는 실무 메뉴얼 수준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홍콩은 지금도 아시아 외환거래의 70% 이상을 소화하고, 역외 위안화 결제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금융허브다. 이처럼 거대한 트랜잭션이 오가는 시장에서, 특정 AI 모델이 지점·국가 단위로 온·오프되는 정책은 향후 프론트·미들·백오피스 자동화 속도, 리스크 관리 수준, 그리고 AI 기반 금융혁신의 지역별 격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골드만삭스의 선택은, 미국 빅테크와 글로벌 금융이 ‘지정학의 지도’를 코드와 계약서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는 하나의 신호탄이다. 동일한 클라우드와 동일한 모델이 존재하더라도, 어느 도시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쓸 수 있는 AI의 종류와 수준이 달라지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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