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7 (일)

  • 맑음동두천 27.0℃
  • 구름많음강릉 29.3℃
  • 맑음서울 26.6℃
  • 맑음대전 27.1℃
  • 맑음대구 30.7℃
  • 맑음울산 31.6℃
  • 맑음광주 27.8℃
  • 맑음부산 23.3℃
  • 맑음고창 27.0℃
  • 맑음제주 24.4℃
  • 맑음강화 24.9℃
  • 맑음보은 27.1℃
  • 맑음금산 27.1℃
  • 맑음강진군 28.4℃
  • 맑음경주시 31.3℃
  • 맑음거제 29.1℃
기상청 제공

빅테크

[빅테크칼럼] “인간이 꾼 꿈, AI가 해독한다”...정신질환 징후·약물치료 효과 모니터링 통한 '정신건강 조기 경보 시스템' 될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이탈리아 IMT 고등연구원이 인간의 꿈을 대규모로 분석한 끝에,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꿈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neurosciencenews, arxiv, ccsn.imtlucca.it, pmc.ncbi.nlm.nih, Nature, digitalmanuscriptpedia의 보도와 연구결과에 따르면, 꿈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과 현실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인공지능 또한 인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꿈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꿈은 더 이상 ‘의미 없는 뇌 노이즈’가 아니라, 개인의 성격·정신 상태·사회적 사건이 촘촘히 각인된 심리 보고서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3300여건 꿈·각성 보고서, 성격·삶의 사건과 정밀 매칭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계열 학술지인 《Communications Psychology》에 “Individual traits and experiences predict the content of dreams(개인 특성과 경험이 꿈의 내용을 예측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18~70세 성인 287명을 대상으로, 2주간 총 3,366~3,700여건에 이르는 꿈과 깨어있는 상태의 경험 보고서를 수집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자신이 겪은 꿈과 일상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고, 연구진은 동시에 수면의 질, 수면 습관, 인지능력, 성격 특성, 심리 상태 등 다차원 데이터를 함께 모았다.

 

IMT 고등연구원 인지신경과학팀은 이 텍스트들을 자연어 처리(NLP) 모델로 분석해, 각 보고서의 의미·주제·감정 구조를 수치화했다. 그 결과, 같은 사람이 쓴 꿈과 깨어있는 경험 보고서 사이에는 공통된 의미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사람마다 꿈의 전개 방식·정서 톤·공간 배경이 뚜렷이 달랐다. 연구진은 “꿈의 내용은 개인 특성과 생활환경의 연속선 위에 있으며, 통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가진다”고 결론 내렸다.

 

‘능동적 재구성’으로 본 꿈…팬데믹, 꿈의 정조까지 바꿨다

 

연구를 이끈 발렌티나 엘체(Valentina Elce) 박사팀은 꿈을 “각성 경험의 단순 재생이 아니라, 기억·감정·상상이 재편되는 능동적 재구성 과정”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같은 직장·병원·가정이라는 공간이 꿈 속에서는 구조가 왜곡되고 등장인물이 뒤섞인 초현실적 무대로 재배치되지만, 텍스트 수준에서 보면 ‘업무’, ‘돌봄’, ‘갈등’, ‘위협’ 같은 의미 축은 깨어있을 때 경험과 정렬돼 있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사건이 꿈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기존 선행 연구와 함께 짚어냈다. 로마 사피엔차대 연구진은 이탈리아 전국 봉쇄(lockdown) 시기 수천 건의 꿈 보고서를 수집해, 봉쇄 이전보다 꿈의 길이, 정서 강도, 기이함(bizarreness), 부정 정서 비중이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우울 증상, 수면의 질 저하, 야간 불안 행동을 보이는 집단, 그리고 코로나19에 직접 노출됐거나 가족·지인 감염을 경험한 집단에서 꿈의 부정적 정서와 강도가 더 높았다.

 

IMT 연구진은 이 이탈리아 봉쇄기 데이터를 자사 분석 틀에 접목해, “사회적 제약과 불확실성이 강화된 시기에는 ‘제한’, ‘갇힘’, ‘통제’에 대한 서술이 꿈에서 더 자주 등장했고, 봉쇄가 완화되며 이러한 특징이 점차 줄었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꿈의 내용이 거시적 환경 변화와 심리적 적응 과정을 동시 반영하는 ‘심리 기상도’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격이 바꾸는 꿈의 문법…공상형 vs 의미중시형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꿈을 꾸는가’에 대한 정량 분석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성격, 특히 마음방황(mind-wandering) 성향과 꿈에 대한 관심도 등을 척도로 계량화해 꿈의 언어 구조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마음방황 성향이 높은 집단은 꿈 보고에서 장면 전환이 잦고, 등장 인물·장소가 빠르게 바뀌는 단편적·파편적 서사가 두드러졌다. 반대로 꿈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고, 꿈을 자주 기록하는 집단은 감각 묘사가 풍부하고 서사가 비교적 일관된, 몰입감 높은 꿈을 보고하는 경향이 강했다. 수면의 질은 꿈의 정서 강도·불안·기이함과 유의미하게 연결돼, 수면이 나쁠수록 감정적으로 과잉 각성된 꿈을 꾸는 패턴이 관찰됐다.

 

이미 팬데믹 시기 다수 연구에서 여성, 젊은 층, 우울·불안 수준이 높은 집단이 더 자주, 더 길고 감정적으로 강렬한 꿈을 보고한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번 IMT 연구는 이런 정신건강·성격 변수와 꿈 콘텐츠 간 연관성을, 인공지능 기반 의미 분석이라는 도구로 재검증하고 보다 정밀한 수치 패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인간 평가자와 ‘맞먹는’ 꿈 해독력 입증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인공지능의 성능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언어모델 계열의 NLP 시스템을 활용해 각 꿈 보고서의 주제·정서·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자동 분류하고, 그 결과를 인간 평가자의 코딩과 비교했다. 그 결과 AI의 판정은 인간 독립 평가자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상호 일치도(inter-rater reliability)에 필적하는 수준의 일치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카파 계수 등 세부 통계치는 논문 원문에 제시, 기사에는 요약 수준으로 소개됨)는 공개 보도에서 제한적으로 언급됐지만, 연구진은 “AI가 수천 건의 꿈을 몇 초~수 분 내 처리하면서도 숙련된 심리학자 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제·정서를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전 코로나19 봉쇄기 연구들이 수백~수천 건의 꿈을 수동 코딩에 의존하며 상당한 시간·인력 비용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꿈 연구의 스케일과 속도를 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를 보도한 뇌과학 전문 매체 Neuroscience News는 “AI가 꿈 보고의 의미와 구조를 인간 전문가만큼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의식·기억·정신건강을 대규모로, 재현 가능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IMT 측 역시 “기계학습을 활용해 이전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꿈의 의미 구조를 대규모 데이터에서 끌어냈다”며, 향후 정신질환 조기 징후 탐지, 약물·치료 효과 모니터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다.

 

꿈, 정신건강 조기 경보 시스템 될까


코로나19 봉쇄기 이탈리아 연구에서 꿈 빈도·길이·정서 강도·기이함이 모두 증가했고, 특히 우울·수면장애·실직·위협 경험 등의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변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됐다. IMT 팀의 최신 연구는 여기에 성격·인지특성·삶의 사건을 더해, “개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가 꿈의 의미·정서·구조를 통계적으로 예측한다”는 증거를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앱·수면 장치 등에서 수집되는 꿈·수면 텍스트 데이터와 AI 분석을 결합해, 우울·불안·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질환의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일상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꿈의 상징과 언어 표현이 다르고, 프라이버시·윤리 문제가 얽혀 있어, 임상 현장에 도입하기까지는 추가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연구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IMT 고등연구원의 이번 연구는 BIAL 재단과 유럽연구위원회(ERC) 신진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 ‘TweakDreams’의 후원을 받았으며, 로마 사피엔차대·카메리노대 등과 국제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됐다. 수천 년간 인간 문화와 종교, 예술의 영감 원천으로만 여겨졌던 ‘꿈’이, 인공지능을 만나 데이터로 읽히는 두뇌의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내궁내정] ‘아킬레우스는 왜 아직도 거북이를 쫓는가’… 제논의 역설이 만든 철학·문화의 러닝타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던진 ‘논리적 장난감’이 인류의 시간·공간·무한 개념을 2,500년째 흔들고 있다. 현실의 상식으로는 너무나 분명한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반드시 따라잡는다”는 사실이, 제논의 손을 거치면 “논리적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변신하는 순간, 철학은 물론 수학·물리학·대중문화까지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제논,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외친 고대의 트러블메이커 엘레아의 제논(Zeno of Elea, 기원전 490~430년경)은 스승 파르메니데스의 일원론을 방어하기 위해 다수성과 운동의 개념을 정면으로 공격한 철학자다. 파르메니데스가 “현실은 하나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제자는

[빅테크칼럼] “애플이 약속한 ‘슈퍼 플랫폼’은 없었다”…오픈AI, 파트너십 균열로 애플 상대 법적 조치 '검토'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애플과 오픈AI의 ‘AI 동맹’이 법정 다툼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한때 상징적이었던 ‘애플·오픈AI 연합 전선’이 AI 패권 전쟁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오픈AI는 2년 전 체결한 애플과의 파트너십에서 약속된 수준의 챗GPT 통합과 가입자 확대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복수의 외부 로펌과 함께 애플의 계약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트너십, 왜 ‘법정 직전’까지 갔나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애플을 상대로 정식 소송 제기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협의 중이며, 1차 단계로는 ‘정식 소송’이 아닌 계약 위반 통지(Notice of breach)를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곧바로 법정으로 가기보다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준(準) 분쟁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오픈AI의 핵심 불만은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맥에서 챗GPT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국내 매체들도 “챗GPT 통합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는 내

[빅테크칼럼] BBC "메타 AI안경 착용자들, 여성 몰래 촬영"…'1억명 스마트 안경 시대'에 프라이버시 전쟁 '격화'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BBC는 이번 주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뒤 동의 없이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지어 한 여성은 해당 영상을 삭제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애플, 구글, 삼성, 스냅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시점에 공개돼,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가 본격 보급되는 시대에 프라이버시 규범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 속 폭발적 성장세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했다. 제조 파트너인 에실로룩소티카는 2026년 2월 2025년 한 해 동안 AI 안경을 700만개 이상 판매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23년과 2024년 합산 판매량 200만개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 안경 시장에서 메타가 8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메타는 현재 에실로룩소티카와 연간 생산량을 2,000만개로 두 배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