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대한민국 10대 청소년이 생각하는 행복의 1순위는 가족, 친구, 외모, 건강, 꿈이 아니었다. 1위는 바로 ‘재산’이었다.
2025년 6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10대(14~18세) 소비 지출 및 진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10대 청소년이 생각하는 행복의 1순위는 ‘재산’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2.1%가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재산을 꼽았으며, 부모(39.5%), 절친(34.6%), 쉼·휴식(32.8%), 외모(32.1%), 취미·취향(30.8%), 삶의 목표·꿈(30.3%)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세계 주요 국가 청소년 대상 조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미국 갤럽(Gallup)이 2024년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경제적 안정”이 “행복의 필수 요인”이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도 ‘경제력’이 청소년 삶의 만족도와 미래 기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Gallup, 일본 내각부 청소년백서).

계층 이동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
이번 조사에서 10대 청소년의 절반 이상(50.6%)은 자신이 30세가 됐을 때 “경제적으로 중위 계층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중상위(22.4%), 중하위(18.4%), 상위(6.5%), 하위(2.1%) 순이었다.
특히 현재 가정 경제 수준이 상위인 그룹은 30세에 상위(13.0%) 또는 중상위(35.6%) 계층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봤지만, 하위층 청소년은 중하위(38.5%)에 머물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는 ‘계층 이동의 벽’을 체감하는 10대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학업 성취도 역시 미래 계층 이동 전망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학업 성적이 중상위권 이상인 그룹의 절반(49.1%)이 “30세에 중상위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하위권 이하 그룹은 40%가 “중하위층 이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진로 선택도 ‘경제력’이 좌우
10대들은 대학 이외의 진로, 즉 창업(42.3%)이나 인플루언서 활동(36.9%)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가정 경제 수준이 상위이거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그룹은 창업(51.0%, 48.6%)과 인플루언서(40.9%, 40.5%) 진출 의향이 더 높았다.
이는 집안의 경제력과 학업 성취도가 미래 기회와 자신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복의 조건, 성적·계층 따라 달라진다
행복 요인에 대한 세부 응답을 보면, 학업 성적 하위권 청소년은 ‘삶의 목표·꿈’(36.5%), ‘집’(30.0%)의 비중이 높았고, 가정 경제 하위층은 ‘정신력·멘탈’(31.0%)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했다. 이는 경제적 기반이 부족할수록 내적 동기와 정신적 안정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10대의 행복, ‘경제력’이 최우선 가치로
이번 조사는 10대 청소년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무엇보다 ‘경제력’을 꼽는 현실적이고 냉정한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가족, 친구, 외모, 꿈보다 ‘재산’이 앞서는 현상은 사회 전반의 불평등, 계층 이동의 어려움, 미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꿈과 목표보다 경제적 안정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