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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CEO혜윰] ‘1.4조 세기의 이혼’ 조정 테이블로…SK 지배구조와 한국 재벌 가사법 뒤흔든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서울고법이 이른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을 정식 심리가 아닌 ‘조정’ 절차로 넘기면서, 1조4000억원대까지 치솟았던 역사적 이혼소송이 새로운 분기점에 섰다. 법조·재계 안팎에서는 “최종 액수는 수천억원대, 그러나 파장은 숫자 이상의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이 나온다.

 

1. 1조3808억원에서 ‘원점’으로…5월 13일, 운명의 조정기일

 

4월 17일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을 조정에 회부하고, 조정기일을 5월 13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1월 9일 파기환송심 첫 기일 이후 네 달여 동안 양측은 별도 변론 없이 서면 공방만 주고받다가 ‘판결이 아닌 합의’라는 두 번째 경로를 선택한 셈이다.

 

조정기일에는 분할 대상 자산의 범위와 노 관장의 혼인 중 재산형성 기여도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법적 성격을 제외하면, 결국 SK 주식과 그룹 가치 상승분에 대한 공헌도를 어떻게 수치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조계에서는 조정이 실패할 경우 재판부가 다시 재산분할 액수를 확정해야 하는 만큼, “최후의 유리한 숫자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고도의 기 싸움이 조정석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 665억 → 1조3808억…‘세기의 이혼’을 만든 숫자들


이 사건의 궤적은 곧 ‘숫자의 역사’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먼저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절차가 시작됐지만 조정이 결렬되자, 2018년 정식 이혼소송으로 비화했다. 1심 재판부는 공동재산을 약 2142억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665억원만을 재산분할액으로 인정했으며, 위자료는 1억원으로 제한했다. 이때 SK㈜ 지분은 결혼 전부터 보유한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2024년 5월 서울고법 2심은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 ▲부부 공동재산: 약 4조원으로 재산 범위를 대폭 확대 ▲분할 비율: 최 회장 65%, 노 관장 35% ▲재산분할 금액: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으로 판결했다.

 

2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까지 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국내에 공개된 사례 중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결정으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부담해야 할 총액은 이자 등을 감안해 1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2025년 10월, 대법원은 이 ‘초대형 판결’을 멈춰 세웠다. 대법원 1부는 1조3808억원 재산분할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20억원과 이혼 자체는 그대로 확정하면서도, 재산분할의 법리를 대폭 수정하라는 취지였다.

 

3. ‘노태우 비자금’에 제동 건 대법원…가사법 새 기준 만들다

 

이번 사건이 해외 주요 외신에서 “Korea’s biggest divorce settlement case” “South Korea’s epoch-making chaebol divorce” 등으로 주목 받은 이유는, 금액뿐 아니라 대법원이 제시한 가사법 기준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SK 지분 취득에 활용됐다고 보고, 이를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분에 포함시켰다. 이 논리는 곧 ‘부정 자금이라도 사실상 혼인 중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면 분할 산정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범죄로 조성된 비자금은 민사상 보호할 수 없는 불법자금 ▲불법자금 투입 사실은 형사·반부패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으나, 재산분할 측면에서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음 ▲따라서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에서 300억원 비자금은 배제해야 함으로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처분재산의 범위, 특유재산의 분할 가능성, 불법자금의 법적 취급 등에 대해 “재산분할 사건의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사·이혼 사건을 다루는 법조 실무에서도 “재벌 총수 이혼을 계기로 향후 대규모 자산가 이혼 사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결정으로 노 관장은 비자금 300억원을 통한 ‘레버리지’를 잃게 됐고, 향후 재산분할 협상에서도 기여도 수치가 종전 35%에서 상당 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4. 최종 액수는 ‘수천억’ 전망…SK 지배구조 리스크는 완화?


법조계 전문가들은 최종 재산분할 금액이 1심 665억원과 2심 1조3808억원 사이, 즉 ‘수천억원대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 경우 한국 이혼사상 최대급 금액이라는 상징성은 유지하되,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충격은 2심 당시 시나리오보다는 줄어드는 구도가 된다.

 

재계는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 ▲그에 따른 지배력 약화, 경영권 방어 비용 증가 ▲SK그룹 내 비상경영 체제 장기화 등을 주요 리스크로 분석해 왔다. 실제로 일부 시장 분석 보고서와 블로그, 경제지 기사에서는 “지분 매각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SK 주가에 부정적 영향, 그룹 지배구조 리스크 확대”라는 시나리오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상황은 다소 달라졌다. ▲1조3808억원이라는 ‘최악의 숫자’가 일단 멈춰 선 점 ▲불법 비자금을 기여도에서 배제함으로써 분할 비율이 낮아질 여지가 커진 점 등의 이유로 “경영권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현재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취지에 따라 SK㈜ 주식을 공동재산에서 빼고, 전체 분할 비율도 다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SK그룹 가치 상승, 혼인 기간(약 30년)에 걸친 동행, 기업 이미지 관리와 사회적 역할 등을 들어 기여도를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5. ‘합의냐, 재판이냐’…5월 조정 테이블의 의미


이번 조정 회부는 액수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재벌가 사법 리스크 관리 방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2심 당시 이미 해외 주요 언론들은 “SK chairman ordered to pay nearly $1 billion in divorce settlement” “Record-breaking divorce case may shake SK Group’s control structure” 등의 제목으로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조정이 성사될 경우, ▲‘노태우 비자금’이라는 정치·형사적 논쟁을 재판정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고, ▲SK그룹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신속히 정리하며, ▲당사자 모두에게 법리·여론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하는 ‘절충 해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조정이 결렬되면 재판부는 대법원 취지를 반영해 다시 액수를 확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종 분할 비율과 SK㈜ 지분 처리 방식에 대한 새로운 법리가 쌓이게 된다. 그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재벌가 이혼을 넘어, ‘한국형 가사법·재산분할 판례 대전환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재계 전문 변호사는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 그리고 ‘수천억원대’로 수렴될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변동에 이어 5월 13일 서울 서초동 가정법정 조정실에 오르는 숫자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다"면서 "한국 재벌가의 혼인과 이혼, 지배구조와 사법 리스크, 그리고 불법자금에 대한 법원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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