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국제 과학연구팀이 감자의 진화적 기원을 900만 년 전 고대 토마토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찾으면서, 인류 식량사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풀렸다.
2025년 7월 31일 Cell의 발표와 Science Daily, Live Science, CBS News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연 3억5000만톤 이상 생산되는 세계 3대 필수 식량작물 감자는 고대 남미 안데스 산맥의 드라마틱한 자연환경 변화와 함께, 토마토와 에투베로섬(Etuberosum)이란 감자 유사 식물 간 자연교잡의 산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 유전체 분석으로 입증됐다.
450개 감자 게놈‧56개 야생종 대규모 분석…‘마스터스위치’ SP6A 유전자, 토마토가 선물
중국 농업과학원,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재배감자 450개체와 야생종 56개를 포함해, 총 500개 이상의 게놈 시퀀스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모든 현대 감자 종은 약 60%는 에투베로섬, 40%는 토마토 혈통의 유전자를 균형 있게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괴경(감자의 덩이줄기) 생성을 개시하는 마스터스위치 유전자(SP6A)는 토마토 혈통에서, 괴경이 되는 지하줄기(underground stems) 성장을 조절하는 IT1 유전자는 에투베로섬에서 각각 전달된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유전자들이 결합하지 않았다면, 감자는 오늘날처럼 땅속에 고영양분 저장고를 만들 수 없었을 터다. 해당 연구는 야생 감자 게놈 데이터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산악 생존을 위한 진화, 안데스 융기와 ‘괴경’의 등장
이번 유전자 혼합은 약 800만~900만년 전, 안데스 산맥 융기와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기후가 극단적으로 바뀌면서, 지하에 영양분을 저장할 수 있는 괴경을 가진 식물이 환경생존경쟁에서 확실한 이점을 얻었다.
이 논문은 "괴경은 씨앗이나 수정 없이도 싹을 틔워 새로운 식물로 자랄 수 있게 해줘, 감자가 남미 평원부터 고산지대까지 다양한 생태계로 급속히 확산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자들은 "감자는 위로는 에투베로섬과 닮았지만, 진화적으로 토마토와 더 가깝다"는 오랜 수수께끼도 해명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에투베로섬은 괴경을 전혀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식량혁신의 유전 코드…미래감자, 기후위기 적응 열쇠
글로벌 식량 위기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견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100여가지 야생 감자를 포함, 오늘날 3000여 품종에 달하는 감자의 기원과 적응 과정을 분자적 수준에서 최초로 규명한 것.
연구진은 "야생종 데이터셋은 학계 역사상 가장 방대하며, 이 지식이 미래 기후적응형 감자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전망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의 샌드라 냅 박사는 "모든 감자가 동일한 비율로 토마토‧에투베로섬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 증거"라며, "고대지질 변화와 식물혼합이 현대 식량혁명의 코드"라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감자의 내재해, 내한(耐寒), 내건(耐乾) 품종 개발과 글로벌 푸드시스템 혁신에 유전자정보 제공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