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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칼럼] 우간다에서 최대 침팬지 집단들 '내전' 첫 사례…30년 동맹이 하루아침에 적이 된 진짜 이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응고고(Ngogo)의 야생 침팬지 사회에서 인류 연구사에 남을 기록적 사건이 포착됐다. 약 30년간 관찰돼온 세계 최대 규모 침팬지 공동체가 두 파벌로 영구 분열한 뒤, 최소 수십 건의 집단 살해와 영아 살해가 이어지는 이른바 ‘침팬지 내전’ 양상이 명확히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30년에 걸친 현장 관찰 자료를 토대로 집단 폭력의 진화적 기원을 들여다보고 있다.

 

science, nytimes, BBC Wildlife Magazine, BBC Science Focus Magazine, The Guardian, Live Science에 따르면, 응고고 집단은 한때 개체 수가 200마리를 넘기며, 통상 50~60마리 수준으로 알려진 일반 침팬지 집단의 3~4배에 이르는 초대형 군집이었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이 집단이 하나의 느슨한 공동체 안에서 ‘분리-융합(fission-fusion)’ 구조를 유지해왔다고 보고했다. 서부와 중부라는 지리적 클러스터가 있었지만, 개체들은 연중 자유롭게 오가며 작은 파티(party)를 이루는 유동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 시기 응고고 침팬지들은 주변 집단을 상대로 공격과 영토 확장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체 수를 늘려왔다.

 

균열의 징후는 2015년부터 드러났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애런 샌델(Aaron Sandel) 부교수 등 연구진에 따르면, 이 시기 서부 집단과 중부 집단이 서로를 피하는 행동이 뚜렷해졌고, 수컷 위계 서열에 혼란이 발생하는 한편, 양측을 잇는 ‘사회적 가교’ 역할을 하던 노년 수컷들이 잇달아 사라졌다.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응고고가 “자신들의 성공의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한다. 풍부한 자원이 대형 집단의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서자 개체들이 더 이상 하나의 정치·사회적 질서 안에서 결속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2018년, 분열은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사이언스》에 실린 본 연구 논문(‘Lethal conflict after group fission in wild chimpanzees’, DOI:10.1126/science.adz4944)에 따르면, 응고고 침팬지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서부와 중부 두 개의 상이한 영역을 점유하는 독립 집단으로 영구 분화했다. 과거 공동체의 중심부였던 숲은 이제 양측 수컷들이 순찰을 벌이며 경계를 형성하는 위험한 완충지대로 변했다.

 

문제는 분열 이후 전개된 폭력의 양상이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서부 집단은 중부 집단 영역으로 조직적인 순찰에 나섰고, 그 결과로 최소 24차례의 집단 공격이 이어졌다고 연구진은 보고한다. 《사이언스》 원 논문과 애리조나주립대(ASU), 텍사스대, 애리조나주립대·UCLA 등 기관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이 기간 서부 집단은 성체 수컷을 상대로 관측·고신뢰 추정치 기준 6건의 살해와 1건의 추가 살해 의심 사례를 남겼다. 동시에 2021년 이후에는 공격 대상이 새끼로 확산돼, 최소 14건의 영아 살해가 직접 관찰됐고 추가로 3건이 강하게 추정된다.

 

숫자로 환산하면, 서부 집단은 2018~2024년 동안 매년 평균 성체 수컷 1마리, 영아 2마리꼴로 같은 공동체 출신이었던 중부 개체들을 죽인 셈이다. BBC 와일드라이프 매거진과 영국 BBC 사이언스 포커스는 이 기간 성체 20여 마리와 영아 25마리 이상이 사망했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이는 관측되지 못한 추가 공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집단 정리’ 수준의 폭력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도 2021~2024년 사이 중부 집단에서 건강에 이상 징후가 없던 청소년·성체 수컷 14마리가 추가로 사라진 점을 근거로, 실제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가 ‘내전’이라는 규정을 얻은 이유는 단순한 사망자 수 때문만이 아니다. 과거 제인 구달이 관찰한 탄자니아 곰베 지역의 1970년대 집단 분열·폭력 사례는 연구자들의 먹이 제공(급식)이 개입돼 있었다는 이유로 ‘자연 상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반면 응고고 사례는 30년 가까운 장기 관찰 속에서, 먹이 제공 없이 자연 상태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둘로 갈라지고 전 구성원이 “동맹에서 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학계가 인정하는 첫 번째 명확한 야생 침팬지 ‘내전’ 사례로 평가된다. 유전자료 분석에 따르면 이런 수준의 영구 분열은 약 5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관측이 갖는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이번 연구는 무엇보다 인간 집단 폭력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에 직격탄을 날린다. UCLA와 텍사스대, 미시간대 등이 배포한 보도자료와 라이브사이언스·뉴욕타임스, 《사이언스》 뉴스 기사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응고고 사례가 “민족·종교·언어 같은 문화적 표식이 없어도, 관계 망의 재편만으로 공동체가 둘로 갈라지고 치명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샌델은 인터뷰에서 “이번 갈등은 언어도, 이념도, 어떤 문화적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관계 역학만으로도 집단 양극화와 살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인간 사회에서 문화적 표식은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에 덧씌워진 2차적 요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번 사례를 곧바로 ‘인간 전쟁의 모델’로 단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사이언스》에 실린 동반 논평은 응고고 집단의 특수한 생태·사회 환경, 인간 교란 수준, 포식 압력, 자원 풍부도 등 변수들이 다른 침팬지 집단이나 인류 사회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떤 단일 요인이 집단 결속을 지탱하거나 파열시키는지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풍부한 자원과 성공적인 개체 수 증가가 더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 파열과 ‘내전’으로 귀결된 응고고의 사례는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 방식”이 집단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 사회에 불편한 거울을 들이민다.

 

현재 응고고 숲에서는 폭력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라이브사이언스와 과학 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후 2025~2026년에도 추가 공격이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집단은 이미 개체 수와 힘에서 중부 집단을 압도하는 ‘우세 세력’으로 자리잡았으며, 연구진은 “전쟁의 끝이 어디인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야생에서 ‘500년에 한 번’ 관측될까 말까 한 침팬지 내전이 기록된 지금, 질문은 자연스럽게 인간에게로 향한다. 응고고 숲에서 벌어진 일은, 문화·이념·언어가 없어도 관계의 균열과 권력 재편만으로 집단이 둘로 찢어지고 폭력이 폭주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계망의 설계와 리더십, 성공의 배분 구조, 갈등 완충 장치의 부재가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인류 사회는 이제 응고고의 숲을 하나의 거울로 삼을 수밖에 없다. 당신이 보기에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관계망은 응고고보다 얼마나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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