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선거는 숫자의 향연이다. 선거는 숫자가 만드는 드라마다. 검색량, 득표율, 투표율, 표차, 지역별 표심, 사전투표, 여론조사, 빅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가 유권자의 선택과 시대정신을 기록한다.
이 흥미로운 수치들은 선거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와 흐름을 읽는 창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한국 및 외국 선거에서 흥미로우며 의미있고 재미있는 주요 숫자와 데이터들을 알아봤다.
1. ‘검색량’과 득표율의 놀라운 상관관계
2007년 대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6년 미국 대선 등에서 구글 검색결과 수와 실제 득표율이 거의 일치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후보별 구글 검색결과 수와 실제 득표수가 피어슨 상관계수 0.988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박원순 후보의 구글 검색량이 54%, 나경원 후보가 46%였고, 실제 득표율도 53.4% 대 46.2%로 거의 일치했다.
2016년 미국 대선 전날 구글 검색량 비율(트럼프 54%, 힐러리 46%)과 실제 득표율(트럼프 56%, 힐러리 44%)도 유사했다.
“구글은 선거도 예측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라인 관심도가 실제 표심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2. ‘당선 풍향계 지역’ 인천, 전국 득표율과 가장 닮았다…벨웨더(Bellwether) 미국은 '오하이오州'
1987년 13대 대선부터 2022년 20대 대선까지, 전국 득표율과 가장 유사한 득표율을 보인 지역은 ‘인천’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인천 득표율만 봐도 전국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통계적으로 전국 득표율과 각 지역 득표율의 오차 제곱합을 비교한 결과, 인천이 13~20대 대선 중 5번이나 전국과 가장 비슷한 표심을 보였다. 2위는 경기도(3회), 서울(2회), 세종·충북·인천이 각각 1회씩 2위를 차지했다.
'선거결과 축소판' 즉 벨웨더(Bellwether)로 한국에 인천이 있다면 미국에는 ‘오하이오주’가 있다. 오하이오주는 미국 대선에서 “미국의 정치적 기상도”이자, 전국 득표율과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축소판’ 역할을 해왔다. “오하이오에서 이기는 자가 백악관을 차지한다”는 말이 생겼고, 실제로 후보들은 오하이오 공략에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는다.
벨웨더(Bellwether)란 어떤 집단이나 현상, 특히 선거에서 “미래의 방향이나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지표(선도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bell’(방울)과 ‘wether’(거세한 숫양)의 합성어로 양떼 중에 목에 방울을 단 숫양(bellwether)을 앞세우면, 나머지 양들이 그 숫양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정치·선거 분야에서 벨웨더는 “선거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지역, 주, 집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하이오주 지역의 득표 결과가 전국 결과와 거의 일치해 “이기는 쪽이 전체를 이긴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즉 벨웨더 지역이 어느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그 후보가 전국적으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벨웨더인 오하이오주는 1964년부터 2016년까지 14번의 대선 연속으로, 오하이오에서 이긴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하이오에서의 승리 마진(득표율 격차) 역시 최근 12번의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 격차와 평균 1%p 이내로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20세기 초반부터 최근까지, 오하이오가 선택한 후보가 전국 승리자와 일치한 비율이 매우 높아 “미국의 축소판” “대통령을 만드는 주”라는 별칭을 얻었다. 1912~2012년 사이 오하이오가 전국 결과와 달랐던 것은 단 두 번(1944년, 1960년)뿐이다.
오하이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는 대표적 경합주(Battleground State)로, 대선 때마다 양당 후보와 전국 언론, 정치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오하이오에서 이기지 못한 공화당 후보는 단 한 명도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다. 오하이오 지역은 대도시(민주당), 농촌·중소도시(공화당) 등 다양한 인구구성과 산업구조에서도 미국 전체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 투표율의 진화 : 사전투표가 대세로
2024년 22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32.28%를 기록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자 수가 1174만 명에 달했다. 전체 선거인의 약 31%에 해당한다. 22대 총선 사후조사에서 투표자 중 57.1%가 사전투표를, 42.9%가 본투표일에 투표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의 65% 이상이 사전투표를 선택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본투표(52.6%) 선호가 약간 더 높았다. 사전투표가 ‘투표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3 조기 대선의 총유권자 수는 4439만1871명이다. 국내 선거인 명부에 있는 4436만3148명과 재외 선거인 명부의 2만8723명을 합한 숫자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보다 19만4179명 많다. 유권자 4436만3148명 중 1542만3607명(34.74%)은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대선 준비를 위해 선관위에 배정한 목적예비비는 3867억원이다. 행정안전부에도 예산 9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유권자 수로 나누면 1인당 약 8914원꼴이다.
4. 대선 투표율 80% 넘을까…대통령 당선 득표율 50% 넘을지 '관심'
이번 조기대선은 '투표율 80%'를 기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80.7%)이 가장 높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75.8%)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77.2%),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77.1%)은 모두 75%를 넘겼지만 80%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선자 득표율도 관심포인트다. 역대 대선에서 당선자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51.55%)이 유일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1.08%, 윤석열 전 대통령은 48.56%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0% 중후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0% 중반의 지지율을 보였다.
5. 우리나라 선거(대선, 총선, 지선)에서 가장 적은 득표차…대선에서 최대 표차와 최소 표차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 최저 표차는 3표 차이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허인회(새천년민주당) 후보와 경기 광주에 출마한 문학진(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각각 3표 차이로 낙선했다.
허인회 후보는 김영구(한나라당) 후보에게 11표 차이로 처음 낙선한 뒤 재검표를 신청했지만, 최종적으로 3표 차이로 낙선이 확정됐다. 또 문학진 후보 역시 3표 차이로 박혁규(한나라당) 후보에게 졌으며, 재검표에서는 2표 차, 소송에서는 다시 3표 차로 최종 낙선이 결정됐다. 이 두 사례 모두 한국 선거 역사상 대표적인 초박빙 승부로 기록됐다.
17대 총선에서는 9표 차, 20대 총선에서는 23표 차로 당락이 갈린 사례가 이어졌다.
지방선거 최저 표차는 2표 차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 금천구 제2선거구의 강구덕(새누리당) 후보가 2만7202표를 얻어, 2만7200표를 얻은 이원기(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단 2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대통령 선거 최저 득표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이재명 후보(1614만7738표, 47.83%)를 24만7077표(0.73%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는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최소 득표차 기록이다.
반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531만여 표차로 당선,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 한 명 한 명의 한 표, 한 표가 쌓여 역사를 만든다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단 몇 표 차이로 운명이 갈린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며, 한 표의 소중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6. "최다 득표=당선"이 아니다?
선거와 관련된 흥미로운 수치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 대선에서 다섯 번이나 국민이 뽑은 득표 1위(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유권자 투표(득표수)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례가 1824년, 1876년, 1888년, 2000년, 2016년 등 무려 다섯 번이나 있었다.
대표적으로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290만표를 더 얻었지만, 트럼프가 선거인단(선거인단제)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조차 "최다 득표=당선"이 아니라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흥미를 안겨주는 선거의 대표적 데이터이다.
또한, 선거의 극적인 박빙 사례로 2000년 미국 대선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도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의 표차가 불과 1700표 안팎에 불과해, 전 세계가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한 달 가까이 혼돈이 이어졌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한 표의 가치" "민주주의의 역설"을 동시에 보여주는, 선거의 의미 있는 수치다.
7. 세계 최대 유권자 국가? 인도 14억명
2024년 기준, 인도는 약 14억명의 인구가 투표권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를 치렀다. 이는 미국(3억3400만), 인도네시아(2억7700만), 파키스탄(2억4000만)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로, ‘세계 최대 인구의 민주주의’라는 별명을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 6·3 조기 대선의 총유권자 수는 4439만1871명으로 인도 유권자의 3%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