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최근 미국이 수입 무기와 부품에 대해 스위스를 상대로 39%의 관세를 부과하고, F-35 도입비용마저 추가 인상되자 스위스와 여러 유럽 국가들이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도입 결정을 잇따라 재고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 디펜스뉴스(Defense News),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미 국방부(DoD) 등의 보도와 자료를 취합해 볼 때, F-35의 글로벌 시장 입지와 미국 방산 산업의 신뢰가 흔들리는 조짐이다.
스위스 현지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F-35 구매국에 미군과 동등한 조건만을 보장한다"며 "관세가 부과되어 가격이 또다시 인상될 경우, 차라리 계약을 파기하거나 이미 지불한 일부 기체만 인도 받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의회에서는 녹색당 발타자르 글레틀리 의원의 주도로 F-35 구매 계획 취소안이 공식 발의되기도 했다. 스위스는 당초 2021년 10조원(60억 스위스프랑)을 투입해 F-35A 36대를 도입하기로 결정, 2027~2030년까지 인도를 계획했으나, 미국 측에 비용 추가 인상을 통보받으면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은 최근 F-35 구매를 보류하고 유럽산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또는 프랑스-독일의 차세대 프로젝트 'FCAS'를 대안으로 적극 고려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미 행정부 변화의 영향과 관세 변수로 F-35 구매 결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캐나다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 마찰로 인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F-35 구매계획을 유보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F-35 글로벌 판매 '빨간불'…관세·운용비 폭등
방위산업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 폴리티코 등 다수의 외신은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F-35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F-35A의 도입 비용은 계약 당시 미국 공군 기준 7890만 달러(2021년 기준)였으나, 실제 운용국별로 여러 추가 비용과 부품가격, 유지비 등 변수에 따라 실구매가는 더욱 높다.
미 국방부는 단일 기체 유지비를 연간 700만 달러 이상으로 산정하기도 했으며,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F-35A 전체 운용·유지비(Life Cycle Cost)는 7000여대 기준 1.7조달러(약 2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파트너십 신뢰↓…EU·유럽 국가 대항마 찾기 분주
미국과 무역·안보 동맹을 맺은 유럽 내에서도 대안 모색이 본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주도의 FCAS(미래공중전투시스템) 프로젝트와 영국 중심의 '템페스트'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등이 그 대표 사례다.
EU무역위원회와 각국 국방부는 최근 들어 “미국 도입 전투기의 신뢰성과 공급망, 비용안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태도로 선회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안보갈등 등 글로벌 안보재편 흐름과 맞물려 있다.
한국 방위산업도 파급 가능성 주목
업계에서는 “F-35 도입지연과 가격 논란이 미국의 방산정책 신뢰도 하락과 맞물려, 향후 FA-50(한국), JAS-39 그리펜(스웨덴), 라팔(프랑스) 등 대체 기종의 시장확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F-35의 운용비 증가와 도입 국가의 만족도 저하는 이미 다수의 방산 전문지, 글로벌 국방담당관 리포트 등에서 거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