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공지능(AI)과 군사용 드론 개발을 군 현대화에서 최우선 과제로 공식화하며 무인전력 강화에 전방위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알자지라, 스타스앤스트라이프스에 따르면, 9월 18일 북한 무인항공기 기술단지에서 정찰과 공격 드론 시험을 지도한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KCNA) 보도를 통해 금성 시리즈 전술공격 드론과 전략정찰기 성능 시험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공개된 드론 중에는 미 군의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사의 RQ-4 글로벌 호크 드론과 유사한 항공기 사진도 포함돼 군사기술 자체 개발 의지를 과시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도입과 무인 무기 생산 역량 확충은 “군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번 선언이 북한이 러시아와 심화중인 군사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2024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대가로 샤헤드(Shahed) 드론 생산 기술과 판치르(Pantsir) 방공체계를 북한에 이전하며 무인·정찰·공격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과 EU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 파견한 병력들이 드론 운용과 군집 전술 노하우를 직접 습득했다고 전하며, 이는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드론이 외관상 첨단 미군 무인기와 유사해 보이나, 실제 성능과 AI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한다.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AI 분야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면 대외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을 것”이라며 군사적 운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드론 관련 시설을 최소 네 차례 방문했다는 점에서 무인기 개발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남한은 북한 드론 위협에 대응해 ‘방패와 창’ 전략으로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정밀 타격용 드론·유도무기를 포함한 첨단 무기 체계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드론 킬체인(Drone Kill Chain) 구축과 폴란드산 저비용 워메이트(loitering munitions) 도입은 우크라이나 전장 교훈을 적극 반영한 움직임이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드론 확대를 예의주시하며 강력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AI·드론 군 현대화 강조는 북한 노동당 80주년(10월 10일) 기념 대규모 행사 이전에 이뤄져 체제 결속과 외교·군사적 메시지 발신의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은 이번 시험을 통해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고,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한국에 대한 심리전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북한 인구 약 2560만명, 군사인력 100만명과 700만명 넘는 예비군을 보유하며, AI·무인기 전력 강화는 지역 안보 구도와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변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