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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국제우주정거장(ISS) 공기 누출 멈췄지만… 선체를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균열’은 여전히 진행형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5년 넘게 이어진 골칫거리였던 공기 누출 문제가 마침내 해결됐다. 러시아 구역에서 빠져나가던 호흡 가능한 대기의 손실을 성공적으로 막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된 구조적 균열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설명이 없으며, 미·러 양측 파트너십의 엔지니어들은 계속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5년 넘게 이어져온 공기 누출이 일단 멈췄지만, 원인인 구조적 균열은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 러시아 측 즈베즈다(Zvezda) 서비스 모듈과 도킹 포트를 연결하는 이송 터널(PrK)에서 시작된 미세 균열은 누출 자체는 봉합됐지만, 왜 금속 구조가 갈라지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NASA와 로스코스모스(Roscosmos) 누구도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5년간 새던 공기, 하루 3.7파운드까지 치솟았다


ISS 공기 누출 문제는 2019년 9월 러시아제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과 러시아 도킹 포트를 잇는 PrK 이송 터널에서 처음 포착됐다. 당시 ISS 내부 압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이 관측됐고, 조사 결과 PrK 내벽에서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미세 균열들이 발견됐다.

 

누출량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2024년 4월 기준 ISS에서 새어나가던 공기량은 하루 3.7파운드(약 1.7kg)에 달했는데, 이는 초기 탐지 시점인 2019년의 약 3배 수준이다. NASA 감찰관실(OIG)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ISS 안전위험 목록의 ‘최상위 리스크’로 분류하며, 장기 방치시 “치명적(catatastrophic) 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NASA는 내부 위험 평가 5×5 매트릭스에서 ISS 구조적 균열·누출을 ‘발생 가능성 5, 결과 심각도 5’에 해당하는 최고 등급 위험으로 올려 관리하고 있다. 우주정거장 내부 공기 공급 능력으로는 단기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원인 미상 상태에서 누출량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단 막는 데는 성공”… 그러나 금 간 선체는 그대로


수년 동안 ISS 승무원들은 PrK 터널 내부를 반복적으로 점검하며 특수 실란트(sealant)와 패치를 이용해 균열을 하나씩 봉합해 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로스코스모스가 마련한 밀봉재와 패치 조합을 적용했고, NASA는 누출량·압력 변화를 정밀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올해 초 NASA는 “즈베즈다 모듈에 연결된 PrK 이송 터널의 압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공기 누출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멈춘 상태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NASA 대변인과 감찰관실은 동시에 “기존에 발견된 균열은 여전히 존재하며, 향후 변화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못박았다. 다시 말해, ISS는 지금 당장은 더 이상 ‘새지’ 않지만, 왜 갈라졌는지 알 수 없는 금 간 선체 위에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매체가 정리한 NASA·로스코스모스 설명에 따르면, ISS 러시아 구역에서는 PrK 일대에서만 최소 4곳의 균열과 약 50곳의 ‘우려 지역(areas of concern)’이 추가로 식별된 상태다. 이들 구역은 모두 패치와 실란트로 덮여 있지만, 우주 환경(열사이클·진동·압력 변동) 속에서 장기적 거동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뿌리 원인은 여전히 미궁… “용접·피로·압력 스트레스가 복합 작용”


공기 누출이 물리적으로 차단됐음에도 근본 원인 규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NASA와 로스코스모스는 공통적으로 문제 구역의 내부·외부 용접부를 주요 의심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어느 지점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균열이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만 확인될 뿐이다.

 

우주·과학 매체 보도에 따르면, 로스코스모스 측은 “장기간 미세 진동에 따른 금속 피로(fatigue)”를, NASA 측은 “반복되는 압력 변화와 기계적 스트레스”를 주된 요인으로 각각 지목하고 있다. NASA 감찰관실도 보고서에서 “용접부 잔류 응력, 열·기계적 사이클, 구조물 노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면서도, 설계·제작 결함인지, 운용 과정에서의 예상 밖 환경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다.

 

ISS에서는 과거에도 별도의 공기 누출 사고가 있었다. 2018년에는 도킹 중이던 러시아 소유즈 MS-09 우주선에서 지름 2mm 수준의 ‘드릴 자국’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발견돼, 에폭시로 긴급 봉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우주 당국은 운석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고 제조상의 결함 또는 내부 요인을 원인으로 결론 내렸는데, 이번 PrK 균열은 외부 충격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형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설계수명 넘긴 ‘노인 정거장’… 2030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균열이 집중된 즈베즈다 모듈은 2000년 발사돼 20년을 훌쩍 넘긴, ISS 러시아 구역의 핵심이자 노후도가 가장 심한 모듈 가운데 하나다. ISS 첫 모듈인 잘야(Zarya)는 1998년 발사돼 이미 설계수명(약 15년)을 10년 이상 초과한 상태로 운용되고 있으며, 러시아 측 수석 엔지니어들은 “러시아 제작 모듈 비행 시스템의 최소 80%가 유효기간을 넘겼다”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 에네르기아(Energia) 수석 엔지니어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2021년 인터뷰에서 “작은 균열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퍼져나갈 것”이라며 “시스템 수명이 완전히 소진된 이후에는 수리가 불가능한 사고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ISS 구조적 약화로 인해 “2030년 이후 가동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미국은 현재까지 ISS를 2030년까지 운용한 뒤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역할을 넘긴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이번 PrK 누출·균열 사태는 이러한 ‘노후화 리스크’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기 누출이라는 가시적인 증상은 봉합했지만, 선체 내부 어디에 또 다른 균열 씨앗이 자리 잡고 있는지, 관측 장비가 포착하지 못하는 미세 손상이 누적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후속 ISS·차세대 정거장 설계에 주는 경고

 

NASA와 로스코스모스는 PrK 균열 원인 규명 작업을 ISS 수명 연장 차원을 넘어, 차세대 우주정거장 설계 피드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체 우주정거장(ROS) 구상을 추진 중이며, 미국과 민간기업들은 상업용 우주정거장(Commercial Space Station)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례는 장기 체류형 궤도 시설에서 구조적 균열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실제 운용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물 실험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SS는 지금 당장 ‘침몰하는 우주선’은 아니다. 하지만 25년 넘게 지구 상공을 선회해 온 이 노후한 전초기지가, 원인 불명의 보이지 않는 균열을 안은 채 마지막 임무 기간을 버텨야 한다는 사실은 우주 강국들의 판단과 전략에 적지 않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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