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태양과 비슷한 별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행성인 '서브 넵튠(sub-Neptune)'이, 우리 은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고 어두운 별들 주변에서는 거의 사라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됐다.
그 결과, 이 별들 주변에는 암석형 슈퍼지구(super-Earth)가 자주 존재하는 반면, 태양과 같은 더 큰 별들 주변의 행성 목록을 지배하는 서브 넵튠(해왕성보다 작은 행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pace.com, universetoday, eurekalert, Phys.org, astrobiology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인 중·후기형 M왜성 주변에서, 태양형 별 주위를 사실상 지배하던 ‘표준형’ 외계행성 서브넵튠(sub‑Neptune)이 거의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맥매스터대(McMaster University) 연구진이 NASA 외계행성 탐사위성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자료를 정밀 분석한 이 연구는, 행성 형성 이론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문제작으로 평가된다.
M왜성 8,134개를 훑었더니… 슈퍼지구 1개 vs 서브넵튠 0.15개
연구팀은 TESS가 관측한 중·후기형 M왜성 8,134개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탐색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가장 깊이 있는 행성 탐색을 수행했다. 이들 별은 태양 질량의 8~40%에 불과하지만, 수적으로는 우리 은하 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주의 대표 선수’들이다.
태양과 비슷한 FGK형 별 주변에서는 반대로 슈퍼지구와 서브넵튠이 ‘쌍봉’ 분포를 이루면서, 반경 1.5~2지구반경 부근에 행성 수가 떨어지는 ‘반경 계곡(radius valley)’이 분명히 관측돼 왔다. 그러나 M왜성 표본에서는 분포가 하나의 봉우리만 갖는 단봉(unimodal) 형태로 나타나 이 반경 계곡이 사실상 사라진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에릭 길리스(Erik Gillis)는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다듬은 게 아니라 그림 자체를 바꿨다”며 “이 별들에서는 서브넵튠이 사실상 사라지며, 행성을 빚어내는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증발만으론 모자라다… ‘물 풍부 행성’ 시나리오 급부상
지금까지 학계는 반경 계곡을, 강한 항성 복사가 행성의 수소·헬륨 대기를 벗겨내 서브넵튠을 벌거벗은 암석형 슈퍼지구로 탈바꿈시키는 ‘광증발(photoevaporation)’ 효과로 설명해왔다. 특히 자기활동이 강한 M왜성은 이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일으킬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맥매스터대 팀의 결과는, 광증발만으로 설명하기엔 서브넵튠의 부족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실제 산출된 서브넵튠 발생률(0.148개/별)과 슈퍼지구 우세(5.5:1)는, 애초에 두꺼운 가스 외피를 두른 서브넵튠이 많이 태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진은 해결의 실마리를 ‘물 풍부 조각(pebble) 흡적’ 모형에서 찾는다. 이 모형에 따르면, 낮은 질량의 별 주변 원시행성 원반에서는 수소·헬륨 대신 얼음·물질이 풍부한 고체 입자들이 주로 축적되어, 탄탄한 고밀도·고휘발성(물·얼음 성분이 많은) 행성이 만들어진다. 서브넵튠은 있더라도 ‘작은 해왕성’보다 ‘거대한 물의 세계’에 가까운 구조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흥미롭게도 맥매스터 팀은 이 표본에서 단 한 개의 핫 주피터도 찾지 못했고, 별 1개당 0.012개 이하라는 엄격한 상한을 제시했다. 이는 질량이 작은 별 주변에서 거대 가스행성이 형성·유지되기 어렵다는 기존 이론과도 부합한다.
V1298 타우의 ‘솜사탕 행성’이 보여준 진화의 실루엣
이번 연구는 올해 초 젊은 행성계 V1298 타우(V1298 Tau)에서 관측된 네 개의 ‘아기 행성’ 결과와 맞물리며, 슈퍼지구·서브넵튠 탄생 시나리오에 입체감을 더한다. 미국 UCLA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나이 2,000만~3,000만 년 수준의 젊은 별 V1298 타우 주위를 도는 네 행성이, 부푼 대기를 잃어가며 슈퍼지구·서브넵튠 크기로 수축하는 과정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V1298 Tau b는 목성급 크기를 갖고 있으면서 밀도가 낮은 ‘솜사탕 행성(cotton‑candy planet)’ 상태로, 시간이 지나며 상당한 대기를 잃고 서브넵튠 혹은 슈퍼지구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이 계통의 행성이 처음 형성될 때와 수십억 년 뒤 성숙한 상태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화의 스냅샷’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맥매스터대 결과와 나란히 놓아보면, 태양형 별 주변에서는 서브넵튠·슈퍼지구가 광증발 등으로 크기를 조정하며 반경 계곡 구조를 형성하는 반면, M왜성 주변에서는 애초에 물 풍부·고밀도 행성이 주류로 태어나 계곡 자체가 약해지거나 사라진다는 2트랙 시나리오가 부상한다.
‘지구 같은 행성’ 사냥, 겨냥점이 바뀐다
이번 결과는 외계 생명체 탐색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현재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는 별 1개당 최소 1개 이상의 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태양형 별 주변의 슈퍼지구·서브넵튠은 가장 흔한 행성 유형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은하 전체의 모(母)집단을 이루는 M왜성대에서는 이 ‘표준형’ 서브넵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클루티에(Ryan Cloutier) 맥매스터대 조교수는 “한때 태양계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사례였지만, 이제는 TESS 같은 임무 덕분에 수천 개의 행성계를 비교하면서 기존 가정을 뒤집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행성들이 정작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번 연구로 슈퍼지구와 서브넵튠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는지 훨씬 선명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후기형 M왜성 주변의 행성 분포가 지구형·물 풍부 행성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향후 차세대 우주망원경과 극대형 지상망원경이 노려야 할 ‘생명 거주 가능 구역’의 타깃도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태양을 닮은 별을 찾던 시선이, 은하 곳곳에 깔려 있는 작고 어두운 M왜성들로 대거 이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