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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CEO혜윰] 수감 중인 조현범 회장,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대표이사직 사임의 진짜 의미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수감 중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사내이사·대표이사 직을 전격 내려놓으면서, 한국 3세 재벌의 ‘옥중 경영’과 가족간 경영권 분쟁, 주주 행동주의가 한데 얽힌 지배구조 리스크가 정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임의 형식과 실질: 이사·대표는 내려놓고 회장·지분은 유지


한국앤컴퍼니는 2월 20일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플렉스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현범·박종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박종호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등기이사(사내이사)와 대표이사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비등기임원인 그룹 회장직만 유지하는 ‘형식상 후퇴·실질상 지배 유지’ 구도를 택했다.

 

회사 측은 “최근 가족간 문제가 회사 운영 이슈로 비화해 이사회의 순수성,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회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고 이사회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현재도 한국앤컴퍼니 지분 3990만1,871주, 지분율 4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동생·누이와 합쳐 ‘조씨 일가 특수관계 지분’이 70% 안팎에 이르는 절대적 지배력 구조는 그대로다.

 

‘형제의 난’이 이사회로 번졌다: 42% vs 19% vs 11%


이번 사임의 배경에는 2020년 이후 이어진 ‘형제 간 경영권 전쟁’이 있다. 2020년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했고, 이 거래를 통해 조 회장은 지분 42.03%를 확보하며 단숨에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반면 장남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18.93%의 지분만 보유한 2대 주주로 밀려나며, ‘형제 간 지분 격차’는 약 2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도 한국앤컴퍼니 지분 10.61%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오너 일가 지분만 합쳐도 70% 가까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

 

2023년 조현식 전 고문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TOB)에 나서며 사실상 ‘2차 형제의 난’을 선포했지만, 공개매수 성과가 제한적이면서 조현범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조현식 전 고문은 주주연대와 연계해 이사 보수·지배구조 이슈를 집중 제기하며 ‘법정·주총·언론 삼각 전장’을 넓혀왔고, 이번 사임은 그 갈등이 마침내 이사회 운영 부담으로 전면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옥중 고액 보수’에 주주대표소송…법원도 제동

 

조 회장이 수감 상태에서 거액 보수를 수령한 점은 ‘형제 갈등’을 ‘지배구조 이슈’로 전환시킨 기폭제였다.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검찰은 2025년 3월 12년형을 구형했으며, 같은 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형량은 징역 2년으로 감형됐지만, 조 회장은 계속 수감 상태를 유지한 채 지주사 회장·대표이사 직함을 유지하고 고액 보수를 받아 왔다.

 

이에 주주연대는 “구속 기간 중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은 회사에 대한 손해”라며 약 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26년 2월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한 과거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과 판결 과정에서 조현식 전 고문은 주주연대와 보조를 맞추며 사실상 ‘오너 내부 반(反)총수 진영’으로 움직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수감 중 총수의 보수·이사 자격’ 문제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법적·제도적 리스크로 비화했다.

 

3월 24일 주총 앞둔 ‘선제적 방어’…이사·보수 안건 충돌 완화 포석


조 회장의 사임 시점은 3월 24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정확히 겨냥한 ‘선제 방어 카드’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지분 42%의 최대주주지만, 이사·대표이사 신분을 유지한 채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수감 중 이사의 자기 보수 결정’이라는 중대한 이해상충·적법성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법원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취소한 만큼, 올해 주총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보수체계 개편,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둘러싼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컸다.

조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본인의 보수·책임과 직접 연결된 안건에서 형식상 이해상충이 완화되고, 향후 주총 의결의 취소소송 리스크도 일정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번 주총에서 김준현 경영총괄 부사장, 박정수 기획실장 전무를 새 사내이사로 선임해 ‘전문경영인 중심 이사회’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조현식 전 고문 측도 별도 사내이사 후보를 내세우며 ‘이사회 진입’을 노리고 있어, 주총 표 대결의 최대 승부처는 이사 선임 안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MBK파트너스와의 공개매수 시도에서 드러났듯, 조현식 전 고문이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우호 지분을 확대할 경우, 19%대 지분만으로도 이사회 구성·배당 정책·지배구조 개편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 행동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 압박


한국앤컴퍼니는 주요 계열사로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등을 포함해 총자산 21조5,270억 원,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대형 그룹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ESG·지배구조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수감 중 총수, 가족 간 공개 갈등, 이사회 독립성 논란은 국제적 기준에서 ‘거버넌스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자본조달 비용 상승과 주가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사 사임은 시작일 뿐…정면승부는 주총 이후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대표이사 사임은 ‘옥중 총수’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형식 정비이자, 3월 주총을 앞둔 방어적 수습책에 가깝다. 지분 42%를 쥔 최대주주로서의 지배력, 수감 상태가 지속되는 총수 리스크, 형제 간 지분·이사회 주도권 싸움, 그리고 주주 행동주의의 결합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어떤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하고, 이사 보수·지배구조 관련 안건이 어떤 표 대결 구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한국앤컴퍼니의 다음 시나리오는 분명해질 전망이다. ‘총수 리스크 관리형 전문경영 체제 강화’인지, ‘형제간 3차 지배권 전쟁’인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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