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 홀 연설이 있었다. 글로벌 관세 이슈와 더불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 및 고용 수치의 불안정성 등 혼란의 시국에 맞선 연준의 금리인하 방향성이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였고, 전세계가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었다.
파월의장은 공식적인 연설의 시작을 위해 단상에 올랐고 프롬프트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단상에 선 그는 몇 십 초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이어갔고, 장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객석 제일 앞에 앉아있었던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를 치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이어갔고, 이것이 파도처럼 번져200명 가까이 되는 모든 참석자들이 1분 동안 응원과 환호를 보낸 후 에야 공식 연설이 시작되었다.
◆ 침묵의 의미
흔히 침묵은 “모르겠다는 의사 표시” 이거나 “말을 아끼고 수용하겠다” 라는 의미로 쓰이곤 하지만 의외로 이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위의 파월 의장의 경우, 현재의 트럼프 정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무언의 시위”일 수도 있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 따른 연준의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마지막 잭슨 홀 연설에서의 복잡한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침묵”은 어쩌면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하고 의미심장한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
◆ 침묵의 대응
일상 생활에서도 “침묵” 이라는 상황을 많이 겪을 수 있다.
예1. (직장) 나의 구두 보고를 받은 직후의 매니저의 침묵
예2. (가정) 부부싸움 중 나의 입장을 토로한 직후의 배우자의 침묵
예3. (친구) 배우자와의 싸움을 친구에게 털어놓은 직후 친구의 침묵
예4. (가정) 집으로 돌아오니 화해했냐는 딸의 말을 듣고 난 나의 침묵
혹시 위의 모든 예시들의 “침묵”의 의미를 명백하게 이해하였다면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코치가 될 자질을 갖추었을 것이다. 그만큼 침묵의 의미해석은 어려운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침묵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필자의 경험을 빌자면 가장 좋은 대응 방식은 “기다림” 이다.
◆ 기다림의 미학
코칭에서는 고객의 침묵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침묵의 과정에서 고객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코치가 이 침묵을 어색해 며 다른 이야기를 불쑥 꺼내거나, 침묵을 넘겨짚고는 “혹시 xxx 생각하시는 걸까요?” 라고 파괴적 도움을 준다면 상대방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코치는 마치 무협소설에서 깨달음을 얻어 환골탈태하는 무림고수를 위해 호법을 서 주듯 그 과정을 온전히 기다리며 지켜주어야 한다. 이러한 기다림은 침묵의 의미가 “생각의 정리” 이든 “말하고 싶지 않음” 이든 “깨달음의 순간” 이든 “놀랍고 불쾌함” 이든 상관없이 유효할 것이다.
기다림 후에는 침묵의 의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줄 다음 대화를 고객 스스로가 이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의 침묵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리가르드 총재처럼 그 침묵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박수로 응원해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