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호텔신라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권역의 운영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하자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크게 상승했다. 2025년 9월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 주가는 전일 대비 3.21% 상승한 5만4700원에 마감했으며, 장중 5만84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호텔신라는 2023년 10년 계약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지만, 중국 소비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큰 폭의 적자가 누적됐다. 특히 DF1 권역은 입찰 당시 DF3(패션·부티크) 권역보다 약 3배 높은 임대료가 책정되어 막대한 임대료 부담으로 지속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했으나 인천공항공사와의 협상이 결렬됐고,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3월 17일부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면세점 사업 철수에 따라 호텔신라는 약 190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결정이 중장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교보증권 장민지 연구원은 "DF1 권역 영업 중단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내년 2분기부터 반영되어 연간 400억원 이상의 영업손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도 "위약금이나 단기 매출 감소가 부담이지만, 적자 축소가 재무구조 개선과 호텔 부문 가치 재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7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번 철수 결정은 국내 면세점 업계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경쟁사들도 고공 임대료 부담과 수익성 악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부는 임대료 조정 요구와 사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호텔신라 면세점 철수와 유사한 전략을 다른 주요 면세점 업체들이 채택하는 시기는 이미 일부 업체에서 현실화 또는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현재 현대면세점은 동대문 시내면세점 폐점(2025년 7월 완료), 무역센터점 매장 축소, 희망퇴직 실시 등 고강도 사업 효율화에 돌입했으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역시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다이궁 거래 중단, 일부 매장 축소 및 부실 사업 정리 등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부산점 폐점과 면세점 특허권 반납 등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초까지 대형 면세점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다만 임대료 감면 협상과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병행되어야 하며, 인천공항 임시 매장 공사 완료 및 임대료 정상화 시점도 해당 전략 채택의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면세점 업계가 2023~2025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회복 국면에서 외형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는 점에 주목하며, 이에 따른 사업장 폐점, 규모 축소, 고정비 절감, 고객 세분화(FIT 중심) 등 전략적 변화가 2025년 내 대거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경쟁 심화와 임대료 부담, 해외 관광객 회복 불확실성 등 구조적 리스크와 맞물려 중장기적 재편 시기는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업계 전문가는 "호텔신라의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결정은 대형 면세점의 수익성 중심 구조조정 본격화 신호탄으로 평가되며, 경쟁사들도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집중적 사업 재편과 비용 절감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면세점들이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의존에서 벗어나 개별 여행객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과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강화 등 혁신을 요구받는 시점이다"고 평가했다.
결국 호텔신라의 DF1 권역 철수는 국내 면세점 시장이 과도한 임대료 부담과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과 수익성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면세산업의 체질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