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사막 환경을 견디는 극한미생물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크로코시디오프시스(Chroococcidiopsis)가 인간의 화성 거주를 위한 산소 생산에서 혁신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남세균은 대부분의 생명체가 죽을 수 있는 조건에서도 생존하며 필수적인 산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Billi D. et al., Acta Astronautica, 나사 MOXIE 프로젝트, Surrey University, Microbiology Spectrum, Frontiers in Microbiology, ScienceAlert, Phys.org에 따르면, 로마 토르베르가타 대학교의 다니엘라 빌리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흔히 '크루(chroo)'로 불리는 크로코시디오프시스(Chroococcidiopsis)가 우주의 진공, 화성과 유사한 대기 조건, 강력한 우주 방사선에도 견디며, 혹독한 환경속에서도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보유, 화성 식민지 구축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토양만을 사용해 산소를 만드는 크로코시디오프시스는 미항공우주국(나사)의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운영하는 MOXIE 실험기술과 달리, 생물학적 시스템으로서 최소한의 기술 인프라로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 보완재 역할이 기대된다. MOXIE는 2021년 착륙 이후 총 122그램 산소를 생산하는 성과를 냈으며 한 시간당 최대 12그램을 만들어내 98% 이상의 순도를 달성했다.
게다가 최근 영국 서리대 연구진은 크로코시디오프시스 쿠바나를 활용한 ‘그린 리빙 페인트(Green Living Paint)’를 개발해, 하루마다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일정량 생산하며 이산화탄소 흡수도 가능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1kg의 생명 페인트는 최대 400g의 산소를 산출하고, 이에 따라 화성 거주지 내의 산소 운송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박테리아가 보여준 또 다른 강점은 극한 환경 내성이다. 인간 치명량의 2400배나 되는 24kGy의 감마방사선을 견디는 한편, -80℃까지 내려가는 지구 밖 극저온 환경에서도 휴면 상태에 들어가 생존할 수 있다. 또한 화성 토양 내 고농도 퍼클로레이트 독성 성분에 대해서도 DNA 수복 유전자를 활성화해 독성 피해를 극복하며, 우주 실험(BIOMEX, BOSS)에서 18개월간 우주 방사선과 우주 진공 환경에 노출되어도 유전체에 손상이 적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계에서는 크로코시디오프시스가 화성 탐사와 장기적인 인류 정착을 위한 ‘개척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나사 MOXIE 기술과 생물학적 산소 생산 기술이 병행돼 하이브리드 방식의 지속 가능한 산소 공급체계 구축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방대한 산소 생산량(1년간 약 500톤)에 단독으로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이 극한미생물의 산소 생산은 귀중한 ‘현지 생산’ 자원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크로코시디오프시스는 화성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으면서 광합성을 통한 산소 공급과 독성 물질 대응 능력을 갖춘 미래 우주생물학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화성 탐사에서 생물학과 기술이 결합한 혁신적인 생명 유지 시스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