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병원체 보유자가 32.8%나 급증하면서, 남성 두경부암과 구인두암 환자 수가 각각 23.9%, 27.3%씩 증가해 국민 건강 경보가 울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두경부암 남성 환자는 11만5474명, 구인두암 남성 환자는 5586명으로 5년 만에 두 자릿수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관련 진료비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30일 박희승 국회의원 ( 남원장수임실순창 , 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 지난해 HPV 병원체보유자 신고건수는 1만4534건으로 2020년 1만945건 대비 5년 만에 32.8%가 늘었으며 올해 8월 기준 9394건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보유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 같은 기간 남성이 117건에서 214건으로 늘어 증가 속도가 빠르다.
HPV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암의 5% 원인으로 꼽히며, 각종 두경부암, 항문암, 자궁경부암까지 3만7800여개의 암을 유발할 정도로 다양한 고위험군 질환의 주요 기저 병원체다.
OECD 38개국 중 33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정책을 실시하며, 특히 28개국은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9가 백신을 이미 도입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 멕시코와 함께 여아만 무료접종을 지원하는 예외국으로, 접종 정책의 성별 격차가 현저하다.
2025년에는 정부안에 12세 남성 청소년 무료접종 예산이 처음으로 반영됐으나, 국내에선 아직까지 4가 백신 위주로 지원되고 있어 OECD 기준 최하위 수준이라는 비판이 크다. 실제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9가 백신 도입, 남녀필수접종 방침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9가 백신으로 전환시 접종률에 따라 추가 예산이 연 90~16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정책 전환의 난제로 남아 있다.
의학계는 “영국, 호주 등에서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이 60~78%에 육박하는 반면, 한국 남성 예방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해 질병 부담 해소를 위해 국가 주도의 전면적 재정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환자는 백신 보급 후 10년간 9.8% 감소한 반면, HPV 감염에 의한 남성 구인두암·두경부암은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매년 2배씩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올해 국회 및 의료계에서 남성청소년 HPV 국가접종 확대, 고효능 9가 백신 신속 도입, 예산의 점진적 증액 필요성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박희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공약을 뒤로한 채, 이재명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백신 전략으로 국민 건강을 방어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