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화성 이주라는 인류의 오랜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에 거주지를 짓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전통적인 건설 자재를 우주로 실어 나르는 것은 비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지 자원을 활용한 ‘인-시추(In-situ Resource Utilization, ISRU)’ 건설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텍사스 A&M대학교 진 콩루이(Dr. Congrui Grace Jin)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 이끼(Synthetic Lichen) 건설 시스템’은 이 분야에서 혁신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살아있는 건축자재의 탄생
진 교수팀은 자연계 이끼의 공생 시스템을 모방해, 이종 미생물(이형균사성 곰팡이와 남세균)의 합성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화성의 토양(레골리스)과 빛, 공기, 무기질 용액만으로 스스로 성장하며, 외부의 인력이나 영양 공급 없이도 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다.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고정해 산소와 유기 영양분을 생산, 곰팡이의 생존과 성장에 기여한다. 곰팡이는 금속 이온을 세포벽에 결합시키고, 바이오미네랄(탄산칼슘 등) 생성의 핵 형성 역할을 하며, 남세균에 물, 무기질, 이산화탄소를 제공해 상호 공생을 이룬다.
양 미생물 모두 바이오폴리머를 분비해 레골리스 입자와 침전된 광물질을 접착·응집, 견고한 구조체로 만든다. 이 시스템은 3D 프린팅 기술과 결합해 주택, 가구, 다양한 구조물을 현지에서 직접 ‘재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레골리스 잉크’를 개발 중이며, 이는 직접 잉크 라이팅(Direct Ink Writing) 방식의 3D 프린팅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화성 건설 기술과의 차별성
기존의 화성 건설 연구는 주로 마그네슘·황 기반 콘크리트, 지오폴리머, 금속 복합재 등 다양한 레골리스 활용법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은 티타늄 합금과 혼합한 레골리스로 3D 프린팅을 시도했고, 중국 연구진은 레골리스를 용융해 섬유복합재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다.
NASA와 민간기업들은 대규모 로봇 3D 프린팅, 마이크로파 소결, 황-레골리스 콘크리트 등 다양한 자동화 건설 기술을 실증 중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외부에서 바인더(결합제)나 에너지, 인력 투입이 필요하며, 완전한 자가생성·자가유지형 시스템은 아니었다. 진 교수팀의 합성 이끼 시스템은 별도의 영양 공급 없이 오직 현지 자원과 태양광만으로 구조물을 생성·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기술적·사회적 파급효과
이 기술은 단순히 화성 건설을 넘어, 지구의 재난지역, 전쟁터, 인프라 부족 지역 등에서도 자가생성·자가복구형 건설재로 응용 가능하다. 실제로 진 교수는 자가치유 콘크리트 연구로도 주목받았으며, 해당 연구는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NASA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생명체 기반 건설재의 윤리적·사회적·법적 쟁점에 대한 사회과학자들과의 협업도 병행 중이다.
남은 과제와 전망
합성 이끼 시스템이 실제 화성 환경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저온, 저기압, 고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성, 성장 속도, 구조적 강도, 대규모 생산성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진 교수는 “영양, 온도, 압력 등 최적화가 관건”이라며 “이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자가치유,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건설 혁신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