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길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나 역시 지독한 월요병을 겪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역설적으로 출근이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회사 내 자리에 앉아,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침 메일함을 여는 그 짧은 시간이다.
주말 내내 젖병을 씻고 아이들을 안고 재우며 쌍둥이 엄마로 살다가 마침내 나만의 책상,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 앉는 그 순간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의식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역할을 전환하며 사는 직장인에게 의도적으로 '나'를 켜는 스위치가 없으면 어느 순간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침 의식은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동력이다.
그래서 8개월에 가까운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회사에서는 나를 믿어주고 곧바로 굵직하고 큰 프로젝트들을 맡겨 주었고, 난 전속력으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 낯선 감정이 올라왔다.
바로 '불안함과 초조함'이었다.
"과연 내가 예전처럼 잘할 수 있을까?"
출산과 육아로 뇌의 회로가 온통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던 8개월. 실무 감각이 떨어지고 머리가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내 앞에는 혁신 과제와 조직문화 기획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놓여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8개월의 공백은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볼 때 아주 짧은 쉼표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증명해 내고 싶었던 복직 초기에는 그 공백이 태산처럼 거대해 보였다. 조급한 마음에 비해 예전처럼 야근을 통해 시간을 갈아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불안함과 조급함을 채우기 위해 내가 맡은 업무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봤다.
조직문화 과제를 운영하고 혁신을 기획하는 일은 결국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자발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를 가장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쪼개어 퍼실리테이션 기법에 대해 공부했고, 마침내 전문 퍼실리테이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의의 룰을 세팅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집단의 지성을 하나의 결과물로 꿰어내는 기술. 이 무기를 장착하자 굳어있던 머리가 다시 유연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무기는 내 커리어에 뜻밖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행사를 기획하는 담당자를 넘어 C-레벨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직접 설계하고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공익 단체의 프로보노(Pro bono)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찾아왔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회사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던 내 시야를 조금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복직 후의 초조함과 조급함은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찾아온 감정이 아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라는 내면의 알람이었던 것이다. 그 알람 소리를 피하지 않고 '퍼실리테이터'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 나는 비로소 8개월의 공백을 지워낼 수 있었다.
[래비가 제안하는 커리어 블렌딩 2단계 질문]
STEP 1. 나만의 '전환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가?
수많은 역할(부모, 배우자 등) 속에서 온전한 '나'로 돌아오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해내려면, 먼저 '나'를 의도적으로 켜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출근 후의 모닝커피 한 잔처럼, 일의 모드로 나를 부드럽게 전환해 주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
STEP 2. 초조함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꿨는가?
공백기나 낯선 업무 앞에서 느껴지는 조급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 불안에 잠식되는 대신, 업무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돌파할 구체적인 '새로운 무기(자격증, 스킬)'를 찾아 학습하고 있는가?
[9화 예고]
복직 후의 불안을 딛고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쥔 래비. 하지만 그 시기, 진짜 힘들었던 건 실무 감각의 공백만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냥 그만둘까."
워킹맘이라면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이 질문이다. 커리어와 가정 사이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포기해야 할 것 같은 그 시간속에 지금도 수많은 후배들이 같은 갈림길 앞에 서 있는 걸 보게 된다.
9화에서는 래비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 버텼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