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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두 번째 스핑크스” 레이더로 찾았다?…‘108피트 모래 언덕’ 둘러싼 과학과 논쟁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이탈리아 공학자가 기자 고원(Giza Plateau) 지하에 ‘두 번째 스핑크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고대 이집트 유적을 둘러싼 오래된 미스터리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발표 직후 이집트 정통 고고학계와 과학자들로부터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과대 해석”이라는 정면 반박에 직면했다.

 

레이더가 포착했다는 ‘대칭의 스핑크스’


이탈리아 레이더 엔지니어 필리포 비온디(PhD, Filippo Biondi)는 2026년 3월 26일 팟캐스트 ‘Matt Beall Limitless’에 출연해, “위성 레이더와 도플러 진동 분석을 결합한 탐사 결과, 대(大)스핑크스와 정밀한 기하학적 대칭 관계를 이루는 지하 구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New York Post), The Times of India, Inshorts 등 복수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비온디 팀은 합성개구 레이더(SAR)와 도플러 진동 분석을 활용해 기자 고원 지하 구조를 스캔했고, 대스핑크스 아래의 지하 구조와 “100% 기하학적 상관관계”를 보이는 대칭 구조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비온디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그는 카프레 피라미드(Khafre Pyramid) 중심에서 기존 스핑크스까지 직선을 그은 뒤, 동일한 방식으로 쿠푸의 대피라미드(Great Pyramid of Khufu) 중심에서 고원 반대편으로 선을 연장해 ‘대칭점’을 설정했다. 그 지점에 위치한 것이 약 108피트(약 33m) 높이의 다져진 모래 언덕으로, 팀은 이 언덕이 “대스핑크스와 대칭을 이루는 거대한 석조 조각 기념물”을 덮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비온디는 이 구조에 대해 “기하학적 대칭에서 100% 상관관계를 확인했고, 약 80%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영미권 매체와 국내 온라인 기사에서 반복 인용되고 있다. 또한 그는 Dream Stele(드림 스텔레)로 알려진 석비에 스핑크스가 두 개 묘사된 것으로 해석되는 점을 들어, “상징이 아니라 실제 ‘쌍둥이 스핑크스’ 건축 계획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하 메가스트럭처’까지…주장의 확장


비온디 팀의 주장은 단순히 ‘두 번째 스핑크스’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위성 레이더와 진동·지진파 기반 탐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기자 고원 하부 약 100~200피트(약 30~60m) 깊이에서 대칭형 구조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underground megastructure(지하 거대구조물)”의 존재 가능성도 탐지했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비온디 측 설명을 인용해, 팀이 결합 SAR/도플러 단층촬영(tomography)을 통해 지하 600m 이상까지 수직 갱도와 수평 통로 패턴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스핑크스 아래에서 보고된 수직 갱도·수평 통로 패턴과 “strikingly similar(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가 108피트 언덕 아래에서도 관측됐다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비온디는 현재 이집트 당국에 공식 제안서를 제출할 준비를 마쳤다며, 108피트 모래 언덕 지질조사, 잔해로 막힌 것으로 보이는 수직 갱도 정리, 추가 지하 네트워크에 대한 현장 검증 등을 포함한 탐사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허가 여부가 이번 논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히 하와스 “수십 년 조사에도 증거 없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집트 고고학계는 즉각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집트 전 고대유물부 장관이자 세계적 이집트학자인 자히 하와스(Zahi Hawass)는 뉴욕포스트와 LadBible 등과의 인터뷰에서, 비온디의 2025년 ‘카프레 피라미드 아래 지하 도시’ 주장에 이어, 2026년의 ‘두 번째 스핑크스’ 이론까지 “완전히 틀렸다(completely wrong)”고 직격했다.

 

하와스는 “기자 고원은 수십 년간 다수의 발굴·탐사·지하 레이더 및 지질학 조사로 샅샅이 점검된 지역”이라며, “그럼에도 또 다른 스핑크스급 기념물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증거는 단 한 차례도 보고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비온디 팀이 사용하는 레이더 및 진동 분석 기법에 대해 “과학적으로 승인되거나 검증된 기술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데이터 해석 역시 학계의 합의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론물리학자 사빈 호센펠더(Sabine Hossenfelder) 역시 유튜브 및 칼럼을 통해 비온디 팀의 단층촬영 데이터 해석이 “입증되지 않았고, 노이즈와 패턴을 과대 해석한 것일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고 영미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들이 전하고 있다.

 

즉, “100% 상관관계”라는 표현 자체가 통계·계량 분석의 엄밀성을 결여한 과장이라는 것이 회의론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쟁이 흥미로운 것은 ▲고대 이집트 기록과 도상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두 마리의 사자·스핑크스’ 모티프, ▲기자 고원의 설계가 고도의 천문·기하학적 배치를 반영한다는 기존 가설들, ▲레이더·지진파 융합 분석 등 신기술이 고고학에 접목되는 추세가 한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두 번째 스핑크스’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가 정직한 결론이다. 수십 년간의 발굴과 레이더 조사가 이루어진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조사에서 놓친 대형 석조 기념물이 새로 발견될 확률은 낮다는 게 정통 고고학계의 입장이며, 이 판단에는 일정한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108피트 모래 언덕이 향후 공식 지질조사와 발굴을 통해 예상 밖의 구조를 드러낼 가능성을 ‘0’으로 볼 근거도 아직은 없다.

 

결국 이번 논쟁의 향방은 이집트 당국이 비온디 팀의 현장 조사 제안을 승인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제한적 시추나 굴착만 허용되더라도, 레이더 영상과 실제 지하 구조를 비교·검증할 수 있는 ‘실험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 결과가 “과장된 환상”을 걷어내든, 아니면 “숨은 구조물”의 단서를 제공하든, 기자 고원을 둘러싼 인류의 상상력과 과학적 호기심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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