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미국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이 미국 당국의 대규모 이민 단속에 휘말려 약 297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을 급습해 총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300여명이 한국인으로 파악됐다. 이번 단속은 단일 현장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다개월의 수사를 거쳐 법원에서 수색 영장을 받아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구금된 인원 중 약 47명(한국인 46명·인도네시아인 1명)이 자사 소속이며, 나머지는 HL-GA 배터리회사 및 여러 설비 협력사 소속 250여명으로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소속 168명 중 약 60명도 한국인이다. 그러나 현대차 미국법인의 직접 고용 임직원은 이번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미국 당국은 이번 단속을 “단일 현장 최대 규모”의 형사 수사로 발표하며, 불법 고용과 비자 위반 혐의를 근거로 한 계획적 단속이라고 밝혔다. 구금된 한국인 상당수는 단기 방문 또는 상용 목적 비자(B1) 및 전자여행허가(ESTA)로 체류 중이었으나, 현지에서 허용 범위를 넘어 사실상 취업 활동을 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ICE 측은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합법적 고용 체계 준수를 강조하며 이번 단속이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총 43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배터리 생산 기지다. 최근 두 회사는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4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계획도 발표하는 등 미국 내 제조 역량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 내 총 투자 규모를 21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공개한 상태로, 이번 단속 사태는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 확대에 제동을 걸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한국 정부는 즉각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 미국 측에 우리 국민과 투자 기업의 권익 보호를 강력히 요구하라고 지시하고,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총영사관에 신속 대응을 주문했다.
조 장관은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필요 시 워싱턴 D.C. 방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은 "투자 기업과 국민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이번 단속에 대해 "불법 체류자들이었으며 ICE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공개 옹호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미국 당국 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향후 외교적 해법과 현장 근로자들의 인권 보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된 임직원과 협력사 인원들의 조속한 석방과 안전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조만간 미국 현장에 긴급 파견할 계획이다. 회사는 또한 임직원의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협력사 인력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번 사태는 미국 내 이민 정책 강화와 국내외 대규모 제조 투자 확장 사이에 놓인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적 규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력 운용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