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이 메르세데스-벤츠와 역대 최대 규모인 107기가와트시(GWh)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공시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 규모를 1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가 핵심 공급 제품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에 75GWh, 메르세데스-벤츠 AG에 32GWh 등 총 2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지역 계약은 2029년 7월부터 2037년 12월까지, 유럽 지역 계약은 2028년 8월부터 2035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업계는 이번 계약 제품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일 것으로 보고 있다. 46시리즈는 지름 46mm, 높이 80~120mm로 구성된 제품으로,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와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아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kWh당 46시리즈 배터리 가격이 90~110달러 선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 규모는 1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으로,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46시리즈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동안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37.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 업체 6개가 점유율 10위 안에 들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16.6%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46시리즈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벤츠와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기술 우위를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물량 공급을 위해 미국과 유럽 현지 생산 역량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36GWh 규모의 원통형 전용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부터 46시리즈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애리조나 공장은 총 55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완공 후 약 15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도 46시리즈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주요국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내 선제적으로 구축한 현지 생산 역량이 이번 수주 경쟁의 승패를 가른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배터리만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총 150GWh 이상의 계약을 맺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도 50.5GWh 규모의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벤츠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