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이 한 번 충전으로 1205km(749마일)를 주행해 전 세계 전기차 가운데 최장 거리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EQS 450+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 1045km를 160km 가까이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2025년 7월말 스위스 생모리츠를 출발해 독일 뮌헨까지 알프스 산악 지대, 고속도로, 일반 도로를 아우르는 주행 테스트 과정에서 이뤄졌다. 공식 WLTP(유럽표준) 주행거리가 960km로 알려진 이 모델은 실제 테스트에서 예상보다 훨씬 먼 거리를 커버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21700 규격의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6600개(총 용량 117kWh)를 탑재해 고용량과 고효율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와 실리콘 기반 음극재를 사용해 긴 수명과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한다. 실제로 16분만 충전해도 약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도 뛰어나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2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 속도는 270km/h에 달한다. 831마력의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최적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결합돼 최장 주행거리 기록에 성공했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기록은 지난 7월 말 현대차 아이오닉6(최대 562km, 84kWh 배터리)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루시드 모델 기록은 사실상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배터리 용량 확대뿐 아니라 과열 방지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제어 기술 덕분이다"라며 "루시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드는 2016년부터 삼성SDI와 협업해왔으며, 이번 신기록은 양사의 기술력 결집을 상징하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또한, 이 기록은 전기차 업계가 성능과 효율성 측면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가격은 미국 현지 기준 약 11만5000달러(한화 약 1억6000만원)부터 시작하며, 고급 세단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용량 및 주행거리 경쟁에서 더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