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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캐디 필수론과 선택제 사이, 드라이빙 캐디가 새로운 대안 될까?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산악형 골프장이 많은 한국 지형 특성상 안전을 위해 캐디는 필수”라는 골프장 측과 “골퍼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이용자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 골프장이 ‘드라이빙 캐디(운전 전담 인력)’라는 새로운 운영 모델을 제시해 이목을 끈다.


기존 서비스의 무게를 덜어낸 이 모델이 골프장과 골퍼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안전을 중시하는 골프장 vs 비용을 낮추려는 골퍼

 

캐디 선택제는 오랫동안 골프 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다. 골퍼 입장에서는 서비스 향유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주장할 수있다. 그러나 골프장이 ‘캐디 필수’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안전’ 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골프장 카트 도로는 급경사와 급커브 구간이 많아,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 자에게 조작을 맡길 경우 사고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 년간 전국 골프장에서 발생한 카트 사고는 총 1,421건에 달했다.


골프장 사고 발생 시 이용자 과실이 있더라도 법원은 골프장이 안전 조치 및 관리 의무를 다했는지를 엄격히 판단한다. 실제로 노캐디 골프장에서 리모컨 카트를 운행하다 동반자가 다친 사건에서, 법원은 골프장의 책임을 60%로 인정했다. 이용자 교육과 안전장치 마련 등 ‘안전배려의무’ 이행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골퍼들은 높은 캐디피 부담을 이유로 선택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캐디나 시간대별 캐디 선택제 등 운영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국대중 골프장협회의 조사(대중형 골프장 329개소 대상) 결과, 전체의 31.6%(상시 운영 13.7%, 특정 시간대 운영 17.9%)가 이미 노캐디 또는 캐디 선택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에 집중한 드라이빙 캐디, 안전과 비용의 절충안

 

본래 캐디의 역할은 경기 중 플레이어를 보조하는 것이다. 국제 대회용 매뉴얼 역시 캐디의 목적을 ‘플레이어 보조’로 정의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운영 방식에 따라 역할의 범위가 나뉜다. 전문 성에 따라 프로 캐디, 하우스 캐디, 마샬 캐디, 드라이빙 캐디 등으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력은 대부분 하우스 캐디다. 반면 마샬 캐디는 카트 운전과 간단한 홀 안내를 담당하며, 드라이빙 캐디는 명칭 그대로 ‘카트 운전’에 집중한 모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 골프장이 ‘드라이빙 캐디(운전 캐디)’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최근 드라이빙 캐디를 도입한 골프장은 “셀프 라운드는 안전 문제로 한계가 있고, 하우스 캐디만 고집하는 것은 골퍼의 비용 부담을 높여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드라이빙 캐디는 클럽 선택, 샷 조언 등의 전문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대신 카트 운전과 경기 흐름 관리, 안전 확보에 주력한다. 비용은 18홀 1팀당 8만 원 선으로, 일반적인 캐디피(14만~1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드라이빙 캐디는 골프장 경영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전문적인 숙련 기간이 필요한 하우스 캐디보다 교육 과정이 간소해 지 역 내 퇴직자나 인근 거주자를 활용한 인력 수급이 쉽다. 또한 골퍼의 가격 부담을 낮춤으로써 강력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드라이빙 캐디 도입이 남긴 경영적 과제

 

캐디의 역할을 축소하면 비용은 절감되지만, 반대로 골프장이 짊어져야 할 법적·운영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따라서 드라이빙 캐디 모델이 안착하려면 정교한 지휘 체계와 책임 구조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법적 지위(근로자성) 판단에 따른 리스크다. 하우스 캐디는 대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지만, 드라이빙 캐디가 골프장 소속 직원처럼 운영될 경우 한 사업장 내에 서로 다른 법적 지위를 가진 인력이 병존하게 된다. 이는 향후 임금, 보험, 산재 등 사용자 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사고 책임 소재와 보험 체계도 명확히 두어야 한다.


둘째, 업무 분담 혼선과 현장 갈등 문제다. 기존 하우스 캐디가 수행하던 경기 흐름 관리와 안전 모니터링 기능을 어느 선까지 드라이빙 캐디에게 맡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숙련도 차이로 인해 진행이 지체되거나, 하우스 캐디와의 역할 충돌로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 군위에 있는 이지스카이골프클럽의 경우 3월부터 3부 운영을 시작하면서 드라이빙 캐디제를 도입했다. 인력 수급을 원활히 하고 싶은 골프장의 요구와 합리적인 가격에 골프를 즐기고 싶은 골퍼의 요구 사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드라이빙 캐디 도입은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니라, 노무 구조의 재설계와 서비스 범위의 명확화가 동반되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계약 구조의 투명성과 운영의 정교함을 갖출 때, 드라이빙 캐디는 비로소 골퍼와 골프장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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