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반 ‘가상 연구 보조 도구(Virtual Research Assistant, VRA)’를 개발해 초신성 탐색 과정에서 천문학자들의 업무 부담을 8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초신성은 거대한 별이 죽을 때 일어나는 강력한 폭발로, 우주의 화학적 진화와 별의 탄생-죽음을 연구하는 데 핵심 사건이다. 이 AI 도구는 수천건의 데이터 알림 중 진짜 신호를 효과적으로 선별해, 연구자가 고차원적인 우주 현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연구는 2025년 9월 11일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됐으며, 옥스퍼드 물리학과 Héloïse Stevance 박사가 주도했다. 이번 연구는 Eric and Wendy Schmidt AI in Science 박사후 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았다.
ox.ac, bioengineer, SSBCrack News, scienmag에 따르면, 연구진은 단 1만5000개의 라벨링된 훈련 데이터만으로도 AI 모델을 표준 노트북 수준의 컴퓨팅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음을 시연했으며, 이는 거대 데이터와 슈퍼컴퓨터가 필수라는 통념을 깨뜨렸다.
데이터 폭증과 업무 병목
AI 도구가 해결한 과제는 NASA가 지원하는 다섯 대의 망원경 네트워크 ATLAS(소행성 지구 충돌 최후 경보 시스템)에서 발행하는 천문 신호 데이터의 폭증이다. ATLAS는 24~48시간마다 전 하늘을 스캔하며 매일 수백만 건의 알림(경보)을 생성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장비 오류나 이미 알려진 천체에서 나온 잡음이다. 기존에는 표준 필터링 후에도 200~400건의 후보 신호를 매일 연구자가 직접 인간 눈으로 판별해야 했으며, 이 작업에만 수시간이 소요됐다. 실제 가치 있는 초신성 신호는 극소수였다.
Lean AI 접근법의 혁신
VRA는 딥러닝처럼 무거운 컴퓨팅과 방대한 데이터 없이,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특징에 기반한 결정 트리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망원경이 같은 하늘 영역을 재탐색할 때마다 신호를 재평가하고 점수를 갱신해, 가장 유력한 후보만 인간 천문학자에게 전달한다.
작동 첫 해, VRA는 3만건 이상의 경보를 필터링하며 실제 초신성 신호 누락률을 0.08% 미만으로 유지하는 한편, 유효 후보는 99.9% 이상 보존해 85% 연구자 업무 경감을 실현했다.
자동 후속 관측과 다중 메시지 천문학 미래
2024년 12월부터 VRA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세디 망원경과 연동돼, 사람의 검토 전에도 자동으로 유망 신호에 대한 후속 관측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다수의 새로운 초신성 발견이 이미 확인됐다. 공동 연구자인 Stephen Smartt 교수는 "VRA가 감마선, X선, 라디오 주파수, 심지어 중력파 검출 신호와의 연계 탐색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중 메시지 천문학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 평가했다.
베라 루빈 천문대 LSST 시대의 필수 도구
VRA 개발은 2026년 초 가동 예정인 베라 루빈 천문대의 ‘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LSST)’를 앞두고 이루어졌다. LSST는 10년간 매일 남반구 하늘 전체를 수차례 촬영, 매일 약 1000만건의 알림을 생성하며 500페타바이트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한다.
Stevance 박사는 “LSST 첫해에만 과거 모든 관측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것”이라며 "AI 보조 도구가 폭증하는 데이터 속에서 혁신적 발견과 연구 효율성 극대화를 가능케 할 것"이라 강조했다. 현재 이 팀은 UK와 유럽의 LSST 데이터 처리 센터용 VRA를 개발 중이며, 향후 초신성 폭발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는 능력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