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기록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7월 29일(현지시각) 실적 발표 이후,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덴마크 증시에서 장중 한때 29.8% 폭락했고, 최종 23%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700억 달러(약 97조원)가 증발했다. 이는 유럽을 대표하는 초대형 제약사답지 않은 ‘와해’ 수준이다.
44% 급락…투자자 신뢰 바닥
노보노디스크 주식은 이미 올 들어 44% 이상 하락한 상태에서, 이번 발표로 추가 폭락세를 맞았다. 회사는 실적 부진 타개책으로 베테랑 내부 임원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를 최고경영자(CEO)로 교체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미래 매출 증가율 대폭 ‘다운’, 경쟁·복제약에 점유율 흔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21%에서 8~14%로, 영업이익 성장률은 16~24%에서 10~16%로 하향 조정했다. 회사 측은 “미국 등에서 위고비와 오젬픽의 매출 성장 자체가 둔화되고 있다”며, 염가 경쟁약(복합 조제약, compounding drugs) 공세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맞춤형 조제약’ 허용 규정이 제네릭 유사약의 무분별한 시장 침투로 이어지며, 공식 제약사에서 품질·안전 관리되는 위고비·오젬픽이 허술한 유통망에 의해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복합약 시장은 2024년 약 141억달러 규모로 연 9% 가까운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 체질 변화에 노보노디스크 '휘청'
2021년 위고비 출시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으로 군림했던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복합 조제약 공세와 경쟁사(일라이릴리 등)의 신제품 출시, 공급 부족 등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44%나 폭락하며 ‘최악의 종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약 1000억달러 이상, 연평균 14.4% 성장 전망을 받지만, 이 시장 판세가 ‘혁신 신약’ 중심에서 저가 복제·맞춤형 조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주요 투자자들도 “불법적 유통채널 확대와 복합 조제약 공세, 심각한 가격 압박 등으로 시장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