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UCLA 법학대학원 산하 에밋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위성 기반 정밀 관측으로 세계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뿜어내는 매립지 25곳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들 초대형 배출원이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값싼 기회”라고 지적하며,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위성으로 잡아낸 ‘메탄 플룸’…연 3000건, 700개 매립지
이번 보고서(2025년 메탄 플룸 상위 25개: 매립지 집중 조명)는 UCLA의 ‘STOP 메탄 프로젝트’가 카본매퍼(Carbon Mapper)의 공개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했다. 카본매퍼는 플래닛랩스(Planet Labs PBC)의 타네이저-1(Tanager-1) 위성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재된 NASA의 EMIT 장비가 수집한 관측 자료를 분석해,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700곳 이상의 폐기물 처리·매립 시설에서 감지된 약 3,000개의 메탄 플룸(집중 배출 기둥)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100kg/시간을 넘는 이른바 ‘슈퍼 플룸’들 가운데 매립지 부문 상위 25곳을 따로 뽑아 리스트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SUV 100만대와 대형 석탄화력 한 기”…숫자로 본 충격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개별 매립지의 절대 배출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역권에서 공기업 CEAMSE가 운영하는 초대형 매립지는 시간당 7.5톤의 메탄을 뿜어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위 25개 시설의 배출량은 시간당 3.6톤에서 7.5톤 사이이며, 연구진은 “목록 중간 수준인 시간당 5톤을 배출하는 매립지 한 곳이 1년간 내는 온난화 효과가 SUV 100만 대 또는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 1기와 대등하다”고 환산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과소평가됐던 매립지 메탄의 실체를 재확인시킨다. 앞서 네덜란드 우주연구소 연구팀은 인도 뭄바이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4개 도시에서 첨단 위성으로 관측한 결과, 매립지 메탄 배출량이 기존 통계의 1.4~2.6배에 이른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분석에서 뭄바이 대형 매립지는 시간당 9.8톤, 부에노스아이레스 매립지는 연간 25만톤의 메탄을 내뿜는 것으로 추정돼 도시 전체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도·터키·코트디부아르까지…‘불명예 리스트’와 숨은 초초대형 배출원
이번 UCLA 리스트에는 인도 매립지 두 곳이 포함됐다. 텔랑가나주 세쿤데라바드 인근 자와하르나가르 매립지는 시간당 5.9톤으로 4위를 차지했고, 뭄바이 칸주르마르그 매립지는 시간당 4.9톤으로 12위에 올랐다. 연구진은 별도 “불명예 언급(Dishonorable Mention)” 항목도 만들었다.
2026년 초까지의 최신 관측 기준으로는 터키 이스탄불 인근 실리브리 매립지가 시간당 8.4톤을 배출해 본 리스트 어느 시설보다도 규모가 크며,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매립지도 시간당 4.6톤으로 상위 25위 안에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지목했다.
에밋 연구소는 “이들 매립지 상당수가 대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악취와 폭발 위험, 대기오염 등 공중보건 측면의 직접적인 리스크도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3년 카본매퍼와 다른 연구진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폐기물 시설에서 관측된 초대형 메탄 누출은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6,700만대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메탄은 CO₂보다 80배 강력…“가장 싸고 빠른 기후 솔루션”
메탄은 단기(20년 기준)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하고, 현재 지구 가열의 약 4분의 1을 설명하는 온실가스로 꼽힌다. 에밋 연구소는 매립지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도 폐기물 매립 부문이 메탄 배출의 최대 단일 항목으로 집계되는 국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폐기물 매립 부문이 전체 메탄 배출량의 2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연구진은 “악화된 만큼 기회도 크다”고 강조한다. 이번 보고서는 쓰레기 분리배출 강화, 매립지 포집·연소 설비 설치, 매립가스 발전 등 폐기물 에너지화 프로젝트를 통해 상위 매립지에서의 메탄 감축이 “기술적으로 단순하고 비용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환경단체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CATF)는 적절한 규제와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2030년까지 폐기물 부문에서만 연간 800만톤의 메탄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위성 감시가 바꾸는 게임의 규칙…한국에 주는 과제
STOP 메탄 프로젝트는 2025년 말 출범 이후 석유·가스, 매립지 등 분야별 초대형 메탄 배출원 순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이른바 ‘위성 기반 기후 책임 추적’의 대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위성에 포착된 대형 메탄 플룸은 4,400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인벤토리와 전혀 맞지 않거나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누출로 드러났다.
2025년 11월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도 고해상도 위성이 전 세계 매립지 메탄을 상시 탐지·감시하는 체계 구축이 가능함을 보여주며 정책적 활용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환경부와 연구진이 수행한 국내 실측에서는 지방 광역위생매립장 등 일부 시설의 단위면적당 메탄 배출이 수도권보다 월등히 높고, 실제 배출량이 통계의 두 배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위성·드론·지상 측정을 결합한 ‘3차원 메탄 감시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감축 목표는 종이에만 존재하는 숫자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UCLA 보고서는 “메탄은 ‘나중’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20년 사이 기후 위험 경로를 결정짓는 ‘지금 당장’의 과제”라고 못 박았다"면서 "세계 최악 메탄 매립지 25곳 리스트는 그 경고의 구체적 지도"라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각국 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매립지 운영 주체에게 넘어갔다. 한국 정부는 자국 매립지의 실측·위성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글로벌 메탄 감축 연대 속에서 책임 있는 ‘데이터·정책 선도국’이 될 의지가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