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샤넬코리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19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본사 배당과 특수관계자 매입 집중, 그리고 10억원에 불과한 현금성 자산 등 재무적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국내 재투자보다는 해외 본사의 배를 불리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록된 샤넬코리아 유한회사(대표이사 클라우스헨릭베스터가드올데거)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조8445억원 대비 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58억원으로 전년 2695억원 대비 24.6% 급증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561억원으로 전년 2061억원에서 24.3%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14.6%보다 상승한 16.7%에 달해 명품 브랜드로서의 높은 수익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 1950억원 본사 송금… 배당 잔치에 마른 현금 곳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다. 샤넬코리아는 2025년 중간배당으로 650억원을 지급했으며, 2024년 결산배당 1300억원을 포함해 한 해 동안 총 1950억원의 현금을 배당으로 유출했다. 이는 당기순이익(2561억원)의 76.1%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샤넬코리아의 지분 100%는 영국에 소재한 샤넬 리미티드(Chanel Limited, UK)가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 전액은 고스란히 해외 본사로 흘러 들어갔다.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25.38%로 낮아졌다. 기업의 배당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재무지표인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된 비율을 뜻한다. 총 배당금 ÷ 당기순이익) × 100로 계산한다. 주당 기준으로는 (주당 배당금 ÷ 주당 순이익) × 100으로 산출한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유출의 결과, 샤넬코리아의 곳간은 텅 비어버렸다. 2025년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억4833만원에 불과하다. 매출 대비 0.05% 수준에 불과하다. 연 매출 2조원, 영업이익 3300억원대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유동비율은 173.1%, 부채비율(자본총액 4153억원 대비 부채 3115억원)은 74.9%로 외형적인 재무 건전성은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이 본사 송금으로 상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특수관계자 매입 1조1021억원… 독점 공급 구조의 한계
샤넬코리아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구조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관계자와의 자금 거래(매입)는 총 1조1021억원 규모로, 전년(9804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 특히 홍콩 법인인 샤넬 리미티드(Chanel Limited, HK)로부터의 매입액이 1조984억원으로 전체 매입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샤넬코리아가 홍콩 법인과 체결한 독점 공급 계약(Distribution Agreement)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법인이 독자적인 가격 결정권이나 상품 조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본사가 정한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함을 의미한다. 본사가 매입 단가를 높일 경우 한국 법인의 수익성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 판관비 6273억원… 불투명한 지급수수료와 급증하는 재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6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광고선전비는 577억원, 급여비는 1241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항목은 '지급수수료'다. 지난해 샤넬코리아가 지출한 지급수수료는 2253억원으로 전체 판관비의 35.9%를 차지하는 최대 지출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지급수수료는 법률 자문 및 회계 감사 수수료, 외부 용역 및 컨설팅 비용, 마케팅 및 홍보 대행 수수료 등과 같이 외부 전문가나 기관에 의뢰한 서비스 비용을 말한다. 지급수수료의 급증은 법무법인, 홍보대행사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계의 특성상 백화점 입점 수수료 등이 포함되어 있겠으나, 일각에서는 이 중 일부가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성격의 비용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며 "감사보고서상 명시적인 로열티 지급액은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고자산의 급증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2025년 말 기준 재고자산은 2785억원으로 전년(1972억원) 대비 41.2%나 급증했다. 상품 취득원가 4013억원 중 37.3%에 달하는 1496억원이 상품평가충당금으로 설정되어 있어, 악성 재고로 인한 손실 위험이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1900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임직원 수는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 국내 재투자는 '찔끔'… ESG 경영은 걸음마 단계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샤넬코리아의 유형자산 취득액(투자)은 188억원으로, 전년(249억원)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대부분이 매장 인테리어 등 임차시설물(143억원)에 집중되어 있어, 한국 시장의 인프라나 사회적 기여를 위한 대규모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부금 역시 2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특이사항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관련된 행보가 포착됐다. 샤넬코리아는 한국동서발전과 가상전력구매계약(VPPA)을 체결해 2024년부터 20년간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 이행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법정 소송과 관련해서는 감사보고서상 중요한 우발부채나 진행 중인 소송 내역이 기재되지 않아, 현재 기업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법적 리스크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샤넬코리아는 한국 소비자의 뜨거운 명품 사랑에 힘입어 2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하고 국내 투자를 외면하는 현재의 수익 구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한국인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속 빈 강정'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걸맞은 책임 있는 경영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