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월 14일(현지시간) 오랜 침묵 끝에 비트코인에 대한 강력한 지지 발언을 내놓으며, 디지털 자산을 정부가 무제한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대비해 ‘에너지 기반의 위조 불가능한 화폐’로 규정했다.
Yahoo Finance, CoinDesk, Binance, Pintu News, Times of India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벌어진 발언으로, 머스크가 지난해 2022년 테슬라가 보유 비트코인의 75%를 매도한 이후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두고 본격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머스크는 X(전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가짜 법정화폐는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고, 역사상 모든 정부가 그렇게 해왔지만 에너지를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AI 인프라 자본지출이 가속화되며 금, 은, 비트코인 등 실물 자산의 가치 상승을 분석한 ZeroHedge의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었다.
머스크의 이같은 ‘에너지 화폐’ 개념은 암호화폐 옹호론자이자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가 주장해온 ‘디지털 에너지’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AI 기술 경쟁이 미국과 중국 등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금융권 전망을 배경으로, 머스크는 암호화폐의 에너지 기반 작업증명(PoW) 시스템이 무한 발행이 가능한 법정화폐와 차별화되는 핵심 가치라 해석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의 입장 변화는 2021년 테슬라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한 이래 약 4년 만에 가장 강력한 비트코인 옹호 표현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이제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를 결함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위조 불가능’이라는 특징으로 재해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지만 제한적이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내 약 3% 하락해 대략 11만1836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는 최근 며칠간 AI 개발 관련 비용 증가와 일부 국가 간 무역 긴장 심화로 인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0월 14일 기준 4조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1500억 달러 이상 단기간에 빠져나갔다.
한편, 테슬라는 여전히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 기업 중 하나로, 약 1만1509 BTC(약 12억9000만 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5년 2분기 실적에서 비트코인 보유로 인한 약 2억84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보고하며, 자동차 판매 침체 속에서도 순이익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분기 테슬라의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225억 달러였으나, 영업이익은 9억23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번 머스크 발언은 AI 개발과 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른 에너지 소비 문제를 화폐 경제와 연결해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인프라 확장으로 막대한 전력 사용과 자본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머스크는 “에너지는 위조가 불가능한 희소 자원”이라며 비트코인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이는 앞으로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에너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