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알리바바가 100만원 이하의 디스플레이 탑재 AI 스마트안경을 내놓으며 메타·구글·애플이 주도해온 차세대 ‘스마트폰 이후 기기’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글로벌 스마트안경·AR 글라스 시장이 2030년까지 연 20~50%대 고성장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 빅테크의 저가 공세가 메타의 프리미엄 전략과 어떤 파장을 낳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ounterpointresearch, grandviewresearch, eu.36kr.com, alibabacloud.com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11월 27일(현지시간) 중국 시장에 AI 기능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안경 ‘쿼크(Quark) AI 안경’을 공식 출시했다. 표준 모델인 S1의 기본가는 3799위안(약 78만원), 보급형 G1 모델은 1899위안(약 39만원)부터 시작해, 799달러(약 117만원)부터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보다 약 30~70% 저렴한 가격대로 책정됐다.
중국 빅테크가 처음부터 100만원 미만 가격에 맞춘 자사 개발 스마트안경을 내놓은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 대신 “보급형 AI 웨어러블 플랫폼” 포지셔닝을 택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알리바바는 이번 제품에 자사가 개발한 범용 대규모 언어모델(LLM) ‘큐원(Qwen, 중국어명 通义千问)’ 기반 챗봇을 탑재해, 검색·번역·문서요약·질의응답 기능을 음성·시각 인터페이스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에서 큐원 기반 베타 앱은 출시 첫 주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하며 AI 서비스 중 상위권 트래픽을 기록했고,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025년 3년간 3,800억위안(약 532억달러)을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클라우드+디바이스+모델”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능·폼팩터: ‘스마트폰 이후’ 노리는 양 진영
쿼크 AI 안경은 렌즈에 시야 내(in-view)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장착하고, 음성과 시각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착용형 어시스턴트’를 지향한다. 사용자는 안경을 착용한 채 외국어 간판·문서를 실시간 번역하고, 회의 자리에서는 자동 회의록 생성과 요약, 통화 중에는 실시간 정보검색과 질의응답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알리바바의 설명이다.
퀄컴 AR1 계열 칩셋과 저전력 코프로세서를 묶은 듀얼코어 구조를 채택하고, 안드로이드·RTOS 듀얼 OS로 전력과 연산 자원을 동적으로 배분해 배터리 효율과 발열을 잡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레이밴 선글라스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마이크를 넣어 영상통화·라이브 스트리밍·음악 재생을 지원하고, 별도 손목 밴드로 AI 챗봇 호출·볼륨 조정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커넥트 행사에서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을 AI가 함께 보고 듣고, 실시간으로 이미지·동영상을 생성해주는 유일한 폼팩터”라고 강조하며, 스마트안경을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AI 기기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시장규모와 성장률: 2030년 ‘수천만대’ 경쟁 구도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안경 시장 규모가 2024년 19억3000만달러에서 2030년 82억6000만달러로 성장하며, 2025~2030년 연평균 27.3%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AR·VR 스마트안경을 포함한 넓은 범주의 시장을 추산한 다른 보고서에서는 2025년 약 508억달러에서 2033년 1,208억달러까지 증가, 연평균 11.4% 성장한다는 전망도 나와, 추정치 차이는 있지만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리서치 업체 마켓앤드마켓은 AR 글라스만 따로 떼어 2025년 9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99억8000만달러로 커져 연평균 성장률이 59%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하량 기준에서는 메타·중국 업체 주도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 상반기 전세계 스마트안경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메타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와 중국 업체 신규 모델이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광학 전문기관 트렌드포스는 OLEDoS(마이크로 OLED) 가격 하락과 글로벌 IT기업의 투자가 맞물리면서, AR 글라스 출하량이 2025년 약 60만대에서 2030년 3,210만대로 폭증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출하량의 과반을 차지하지만 2030년에는 메타·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 진입으로 중국 비중이 약 50.2%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 구도: 메타·구글·애플·아마존 vs 중국 빅테크
스마트안경은 한때 구글 글라스의 실패 이후 ‘잊힌 폼팩터’로 취급됐지만, 생성형 AI와 AR 디스플레이 기술의 결합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구글 글라스는 2014년 가격(약 1,500달러 수준)과 제한된 배터리·성능, 특히 ‘몰래카메라’ 논란과 프라이버시 우려로 인해 1년 만에 소비자용 사업을 사실상 접었고, 이후 기업용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가 2023년 완전히 단종됐다.
MIT테크놀로지리뷰·CNN 등은 “언제 촬영 중인지 알기 어렵다”는 불안과 “안경을 쓴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하다”는 사회적 거부감이 누적돼, 기술보다 ‘사용자 심리와 규범’ 대응에 실패한 사례로 분석한다.
현재 구글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기반 차세대 AR 스마트안경을 개발 중이며, 아마존은 알렉사 연동 음성 중심 모델을, 애플은 아이폰·비전프로와 연계한 AR 글라스를 각각 2026년 전후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외에도 화웨이·바이트댄스(픽토브)·샤오미 등이 저가형 AR 안경과 AI 통역 안경을 이미 내놓거나 개발 중이고, 중국 리서치들은 중국이 현재 AR 글라스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알리바바는 이번 쿼크 AI 안경을 “AI 투C 전략의 첫 하드웨어”로 규정하며, 기존 톈마오(티몰) 음성 스피커 ‘티몰 지니’ 팀과 쿼크 브라우저 팀을 통합해 스마트안경·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기기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규제 리스크, 다시 불거지는 ‘구글 글라스 트라우마’
스마트안경 확산을 막아온 가장 큰 장애물은 프라이버시와 사회적 수용성이다. 구글 글라스 시절 미국 일부 식당·바는 착용 고객의 출입을 제한했고,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안경 착용자를 비하하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눈앞의 스마트폰”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집단 불쾌감이 확산됐다.
최근 호주 연구진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스마트안경 보유자는 기기를 ‘혁신적’·‘쿨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비보유자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감시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위협’ 인식을 더 강하게 드러내, 인식의 간극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녹화 중 LED 표시 강화, 카메라 물리 셔터, 데이터의 기기내(on-device) 처리 비중 확대 등 기술적·정책적 장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각국 규제당국과 학계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상시 촬영·얼굴인식·위치정보 결합이 새로운 ‘웨어러블 감시 사회’를 촉진할 수 있다며, 스마트안경용 별도 규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쿼크 AI 안경 역시 중국 내 개인정보보호법(PIPL)·데이터보안법 체계를 따르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유럽 GDPR, 미국 주별 프라이버시 법제 등 추가 요구를 맞춰야 하는 만큼, 하드웨어 경쟁 못지않게 규제·윤리 프레임 대응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AI+디바이스’ 패권 경쟁의 출발점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클라우드·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뒤, 쿼크 AI 안경을 통해 다시 소비자 하드웨어 시장에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025년 항저우 APSARA 컨퍼런스에서 큐원3 시리즈 대형 모델과 시각 생성모델 ‘완 2.5’를 공개하며, “대형 AI 모델이 다양한 디바이스 속에서 운영체제처럼 동작할 것”이라는 전략을 제시했는데, 스마트안경은 그 비전을 구현할 대표 디바이스로 꼽힌다.
한편 글로벌 AR 글라스 시장은 2025년 0.98억달러(9,800만달러)에서 2030년 9.98억달러(9억9,800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있어, 당장은 스마트폰·태블릿에 비해 미미한 규모지만 플랫폼 경쟁의 ‘시드 스테이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메타·구글·애플·아마존이 ‘앱 생태계·OS·클라우드’를 앞세운 미국식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알리바바·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는 ‘저가 하드웨어+슈퍼앱+국가 주도 AI 인프라’ 결합이라는 다른 모델로 맞서고 있다고 본다. 알리바바의 39만~78만원대 쿼크 AI 안경이 중국 내수는 물론 향후 동남아·유럽 시장까지 공략할 경우, 스마트안경이 단순한 ‘틈새형 가젯’을 넘어, 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디지털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AI 플랫폼 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