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대한민국 해양방위산업의 미래를 가를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앞두고,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이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정면 대결 구도를 펼친다.
이번 MADEX 2025는 역대 최대 규모로, 12개국 150여 개 업체와 30개국 해군 대표단, 1만5000명의 글로벌 바이어가 부산에 집결한다. 양대 조선·방산그룹의 수장이 직접 나서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과시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과 KDDX 사업 수주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KDDX, 8조원대 ‘미니 이지스’…누가 주도권 잡나
KDDX는 2030년까지 7조8000억~8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6000~8000톤급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 6척을 국내 독자 기술로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기존 외산 의존에서 탈피해, 통합 마스트(I-MAST), 통합전기추진(IEPS), 국산 미사일 방어체계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각각 기본설계와 개념설계, 그리고 세부설계·건조권을 두고 수년간 법적 공방까지 벌이며 경쟁해왔다.
HD현대는 2020년 KDDX 기본설계를 맡았고, “기본설계사가 세부설계·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관행”을 강조하며 단독 수주를 주장한다.
한화오션은 2012년(구 대우조선해양 시절) 개념설계를 담당했고, 경쟁입찰을 요구한다. HD현대의 설계자료 유출 문제를 거론하며 “관행보다 법이 우선”임을 내세운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고소·고발, 소송전까지 불사했으나 최근에는 방산 수출 등 협력 필요성도 언급하며 일시적 휴전을 선언한 상태다.
MADEX 2025, ‘기술력 과시’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
HD현대는 218㎡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 국내 운용 중인 수상함·잠수함, 수출형 6500톤급 프리깃함, AI·무인 시스템이 결합된 차세대 함정(미래함정 콘셉트) 등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자체 개발한 HCX-25 무인전력모함, AI 기반 전투 무인수상정(USV) 시리즈 등 ‘유·무인 통합 해양 시스템’ 리더십을 강조한다. 해외 방산기업(이탈리아 Leonardo, 프랑스 Thales)과 MOU, 포르투갈 해군과 소형 잠수함 공동개발 협약도 추진한다.

한화는 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3사가 통합 전시관을 처음으로 꾸려, 수상함·잠수함·무인전력 등 미래 해양통합솔루션을 선보인다. 한화오션은 KDDX, 최신 울산급 Batch-III·IV, 세계 최초 AIP+리튬이온배터리 탑재 3600톤급 잠수함 등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내세운다. 한화시스템의 무인전투체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리튬이온 ESS 등 그룹 시너지도 부각한다.
정기선 vs 김동관, ‘차세대 리더십’의 자존심 대결
이번 MADEX 2025는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양 그룹의 젊은 리더 정기선(HD현대)과 김동관(한화)의 ‘차세대 K-방산 리더십’ 경쟁 무대다.
정기선 부회장은 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수출형 함정 라인업 확대, AI·무인시스템 등 미래 해양전력 주도권을 강조한다. “K-해양방산의 글로벌 성장 견인차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세운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 3사 통합 시너지, 첨단 무인·에너지 시스템, 글로벌 협력 확대를 내세우며, “한화의 토탈 해양솔루션으로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KDDX 수주전, ‘기술·신뢰·정책’ 삼박자 승부…‘K-방산’ 글로벌 도약의 분수령
KDDX 사업의 최종 승자는 기술력, 생산능력, 정책 신뢰(법적/윤리적 이슈) 등 다층적 평가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의회가 동맹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글로벌 방산 생태계 변화도 변수다. 국내에서는 양사의 경쟁이 장기화되며 사업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MADEX 2025는 HD현대와 한화, 두 리더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처이자, K-해양방산의 글로벌 도약을 가를 분수령이다. 이번 전시에서 누가 더 강력한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KDDX 사업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의 주도권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