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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여천NCC 부도위기 넘겼지만 석유화학업계 '빙산의 일각'…일본식 구조조정 없인 '생존 반토막' 경고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여천NCC의 부도 위기를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자금 지원으로 당장은 모면했으나, 이는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의 단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와 DL이 50대 50으로 지분을 보유한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로, 최근 3년간 8200억원 이상의 누적 손실을 기록하며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었다.

 

올해 8월 초 3100억원의 운영자금 확보가 절실했으나 자금 조달이 불투명해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한화솔루션이 1500억원, DL케미칼이 2000억원을 투입해 총 35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 다만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5175억원 규모의 차입금 차환에 불확실성이 남아 차후 위험은 여전하다.

 

석유화학업계 ‘빅4’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9조원대에서 2024년 327억원으로 96% 급감하며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설비 증설과 자급률 90% 돌파로 한국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입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6개 석유화학 업체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나 부정적 전망으로 바뀌는 등 업계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같은 불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3년 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절반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업계는 1980년대 일본의 정부 주도형 석유화학 구조조정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1지역당 1사만 남긴다’는 원칙 하에 미쓰비시화학·미쓰이화학 등의 대형 합병과 설비 축소를 통해 과당경쟁을 해소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 유예해 M&A를 촉진하고, 산업활력법·산업경쟁력강화법 등 법적 지원을 통해 각 기업이 특정 제품에 전문화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일본 석유화학은 불황에도 수익성을 유지하며 고부가 신사업으로의 전환에도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기업별 ‘각자도생’에 의존하며, 공장 매각과 구조조정만이 분산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계 전반의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전후방 연관 고용 인원만 40만명에 이를 만큼 기간산업으로서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정부도 이달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업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제한 완화, 위기산업 사업재편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 그리고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즉 여천NCC 부도 위기는 대주주 지원으로 일단락됐지만, 수년간 누적된 손실과 유동성 위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축소 등은 석유화학업계의 전반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 없이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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