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대규모 자사주 교환사채(EB) 발행을 강하게 반대하며 "주주가치 훼손"이라 비판했으나, 정작 쿠쿠홀딩스와 KG에코솔루션 등 다른 기업들이 발행한 자사주 EB에는 적극 투자해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5년 6월 약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EB를 발행하려다 트러스톤의 법적 제동과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해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현금성 자산 2조원에 가까운 상태임에도 자사주 24.41% 전량을 EB 담보로 사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주식 소각을 회피해 우호 세력 지분 이전을 통한 경영권 방어 의도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은 주당 가치를 높이는 버튼이지만 EB 발행은 미래 매물 부담과 주가 하락 위험을 수반하는 셈이다.
하지만 14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트러스톤이 투자한 쿠쿠홀딩스는 전체 발행주식 대비 12.6%에 달하는 448만여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903억원 규모(최근 시가 기준 1500억원대)의 EB 발행을 추진 중이다.
쿠쿠홀딩스 EB 조건은 태광산업과 유사하게 0% 이자와 2년 내 원금상환 가능한 풋옵션이 포함되었으나, 트러스톤은 쿠쿠홀딩스가 말레이시아 법인 지분 매각 대금을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하는 등 거버넌스 투명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 배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쿠쿠홀딩스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움직임에 대응하며 EB 발행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 최근 주가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논란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관한 법률 논의와 맞물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이 일정 기간 안에 이를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강하게 추진 중이며, 소득세 및 법인세법 개정안도 준비돼 기업의 자사주 활용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은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 차감 항목으로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아 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자사주 EB에 대한 규제를 보다 엄격히 할 전망이다.
트러스톤 측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대한 문제 인식이 크지 않았으나, 태광산업 사태와 사회적 이슈화로 인해 투자 관점이 달라졌다"며 "향후 자사주를 기초로 하는 EB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부정적인 여론과 법정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자사주 EB 발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과 주주가치 논란에 대한 부담감을 공유하면서도, 제도적 불확실성과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번 논란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과 맞물려 기업과 투자자의 이해 충돌이 심화되는 복잡한 상황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며, 트러스톤과 쿠쿠홀딩스가 이해관계자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방향과 기준에 대한 시장 내 신뢰성 논란을 촉발, 자사주 EB를 둘러싼 기업과 투자자 간 이해 충돌이 심화되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