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스위스 조력자살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루트비히 미넬리(93)가 지난 11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93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조력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디그니타스(Dignitas)의 창립자인 미넬리는 평생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으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그니타스와 조력자살의 역사
미넬리는 1998년 디그니타스를 설립해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조력자살은 의사가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스위스는 1942년 형법 115조를 통해 이타적 동기의 조력자살을 비범죄화했다. 디그니타스는 이 법적 틀 속에서 1998년 이후 약 30년간 수천명의 조력자살을 지원했으며, 특히 외국인 환자에게도 문을 열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조력자살 현황과 국제적 확산
스위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조력자살자는 1,729명으로, 일반 자살자(995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고, 전체 사망자(7만 1,822명) 중 2.4%를 차지했다. 디그니타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4,000명 이상의 조력자살을 지원했다는 보도도 있다. 디그니타스를 통해 조력자살을 선택한 외국인 중에는 독일인 1,449명, 영국인 531명, 프랑스인 499명 등이 포함돼 있으며, 한국인도 최소 10명이 이 단체를 통해 삶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윤리적 논의와 세계적 확산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허용하지만, 이익 추구 목적이 없고,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조건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프랑스는 최근 말기 질환 일부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기로 결정했고, 캐나다·호주·뉴질랜드·스페인·오스트리아는 2015년 이후 조력자살법을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10개 주가 조력자살을 합법화했다.
미넬리의 마지막 메시지
미넬리는 2010년 BBC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마지막 인권은 스스로 삶의 끝을 결정할 권리, 그리고 위험이나 고통 없이 그 결정을 실현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디그니타스는 “미넬리가 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미넬리의 사망은 조력자살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윤리적 쟁점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