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7월 28일 오전 경남 의령군 함양~울산고속도로 내 합천~창녕 10공구 공사 현장에서 69세 근로자가 사면 보강용 천공기 작업 중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해당 프로젝트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직후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공식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즉시 중대재해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장 전면 공사 중지와 긴급 안전 점검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 내 반복되는 ‘죽음의 행진’에 업계와 노동계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죽음…“벌써 올해 6명 사망”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6건의 사망사고를 기록하며, 중대재해 근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혹독한 평을 받고 있다. 최근 한 달간만 4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났으며, 올해 초부터 추락, 매몰, 감전 등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 사망이 잇따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로도 포스코이앤씨의 재해 사망 사례는 7건이 넘는다.
연초 서울 서초구 재건축 현장, 4월 대구 주상복합 현장, 6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그리고 7월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현장명과 유형은 달라도 현장에서 기본적 안전 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AI·IoT 등 첨단 기술 도입이 실효성 없이 구호에 그쳤다”거나, 실적 개선 집중 속 안전 소홀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6년 만의 개통 앞두고 또 비극”…함양~울산고속도로 현황
이번 사고가 난 함양~울산고속도로는 사업비 약 6조3000억원, 총연장 144.6㎞에 달하는 국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2014년 첫 삽을 뜬 뒤, 마지막 남은 합천~창녕(70.9㎞) 구간 역시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 구간이 개통되면 경남서북부를 동서로 관통, 울산까지 45분 가까이 단축 운행하는 동서축 핵심 교통망으로 평가받는다.

안전 경영 구호…그러나 현장에선 “무력”
포스코이앤씨는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안전 최우선 경영”과 첨단 관리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실제로 올해 들어 사망자가 급증해 노조와 시민사회,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영진의 현장 안전 점검, 작업중지(셧다운), AI 기술 활용 등 대책들이 터무니없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와 실질적 업체 책임론이 향후 수사·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및 현장 진단
실적 개선 급급한 경영, 하도급구조의 안전책임 분산, 그리고 현장 관리의 ‘시스템 부재’가 복합적으로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장 감독 및 포스코이앤씨 사업장 일제 점검에 나섰다. “특별감독 1호” 사업장으로 지정, 국민적 경각심 역시 고조되고 있다.
건설업계 위험관리 전문가는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산재 사망은 이미 2022~2024년 연도별 평균치를 뛰어넘을 정도"라며 "첨단기술 도입, 안전관리 강화 구호만으론 노동자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반복 입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포스코이앤씨 현장 사망 사고는 첨단기술, 경영혁신, 구호만으로 덮기 힘든 ‘구조적 안전부실’ 리스크를 드러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력한 현장 관리, 재발 방지책이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영남 대동맥이 될 함양~울산고속도로의 완공 뒷면에,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오늘, 현장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