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결혼과 출산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혼인 건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외국인과의 결혼은 오히려 50% 넘게 증가했다. 저출생 심화되면서 출생 아기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평균 초혼 연령은 남녀 모두 5세 이상 늦어졌으며, 결혼과 출산의 전반적인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통계청이 9월 3일 발표한 '지난 30년간 혼인·출생 변화'에 따르면 1995년 39만8500건이던 혼인 건수는 1996년 43만49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9만1700건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22만2400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30년 전보다 44.2% 적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1995년 8.7건에서 2024년 4.4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1995년 28.4세에서 2024년 33.9세로 5.5세 상승했고, 여자는 25.3세에서 31.6세로 6.2세 늘어났다. 남녀 모두 30대에 접어들었다.
출생아 수는 1995년 71만5000명에서 2024년 23만8000명으로 66.7% 감소해 30년 전의 33% 수준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은 같은 기간 1.63명에서 0.75명으로 0.89명(54.2%) 줄어들었다.
주목할 점은 출산 순위별 변화다. 첫째아 비중은 1995년 48.3%에서 2024년 61.3%로 13.0%포인트 증가한 반면, 둘째아 비중은 11.2%포인트, 셋째아 이상은 1.8%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1995년 27.9세에서 2024년 33.7세로 5.8세 상승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1995년 1만3500건에서 2024년 2만800건으로 53.9% 증가했으며, 전체 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9.3%로 확대됐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간 결혼은 50.7%,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 간 결혼은 64.2%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외 출생아도 1995년 8800명(1.2%)에서 2024년 1만3800명(5.8%)으로 30년간 5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전통적인 결혼-출산 패턴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박현정 인구동향과장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10개월 넘게 나란히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코로나19로 지연된 혼인이 엔데믹 이후 증가하고,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30대에 진입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