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좀비기업' 문제가 14년 만에 최악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의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으로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 비중이 17.1%로 집계돼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23년 17.4%에서 2024년 18.0%로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대기업은 12.5%에서 13.7%로 1.2%포인트 증가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동반 악화됐다.
업종별로는 부동산(39.4%)과 숙박음식업(28.8%)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특히 높았다. 또한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충격을 받은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신용공여액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급증하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한계기업의 지속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3년 이상 한계 상태를 유지하는 비중은 2023년 36.5%에서 2024년 44.8%로 8.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한계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회복한 기업 비중은 16.3%에서 12.8%로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부실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5.5%에서 2024년 7%로 늘었으며, 신용공여 기준으로는 8.5%까지 상승했다. 과다차입 상태에 있는 기업이 실적 부진 기업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한계기업 증가 문제는 정상 기업의 성장마저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업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정상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4%, 총자산 영업이익률이 0.51% 하락한다.
또한 정상기업의 평균 차입이자율도 0.11%포인트 상승해 경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등 한계기업 과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대내외 여건 변화로 급증하는 일부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사업재편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 비중의 급격한 증가는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 과잉, 과도한 차입 구조, 산업 구조의 변화 등 복합 요인이 겹친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금융권의 대출 연장 등으로 일시적인 연명에 그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