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쿠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포함해 총 23명의 로비스트를 미국에서 대거 고용하고, 2021년 나스닥 상장 이후 4년간 약 176억원(1075만5000달러)을 미국 정부와 의회 로비 및 정치 기부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거둬들이는 기업이 미국 로비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자금을 투입한 사례로, 국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역외 압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측근 로비스트 대거 포진
쿠팡이 고용한 로비스트 중에는 트럼프 대선 자금 모금을 주도한 제프리 밀러가 이끄는 '밀러 스트래티지'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이 업체를 등록한 쿠팡은 로비스트 수를 연초 3명에서 최근 5명으로 늘렸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입법총괄 출신 조나단 힐러,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의 정책전략 총괄실장 출신 타일러 그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와 친분이 깊은 카를로스 트루히요가 설립한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등도 계약을 맺었다. 쿠팡은 올해 3분기까지 이들 로비 업체와 직고용 로비스트 3명에게 약 334만 달러(약 48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비·기부금 집행액, 대기업급 규모
미국 상·하원 로비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3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총 1039만5000달러(약 150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집행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있었던 2024년에는 387만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정치 기부금으로는 123만 달러(약 18억원)를 사용했으며, 이 중 100만 달러는 올해 초 트럼프 취임식에 후원됐다.
쿠팡의 로비 집행액은 삼성그룹(862만 달러), SK(708만 달러), 한화(605만 달러), 현대차(478만 달러) 등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 로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로비 집중 논란
쿠팡은 최근 337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를 겪었다. 내부 직원의 불법 행위와 서버 인증 시스템의 취약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5개월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늑장 대응' 논란이 일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쿠팡은 미국 로비에 집중하며,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와 트럼프 1기 백악관 선임비서관 출신 롭 포터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등용했다.
국내 규제 우회 논란과 정치권 반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공정위 동일인 지정 추진 때도 미국 측에서 여러 루트로 압력을 넣은 걸로 알고 있다"며, 쿠팡이 국내 규제 논의 시마다 미국 기업임을 내세워 빠져나가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기술산업 협회도 미 무역대표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쿠팡을 가장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으로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미국 플랫폼에 징벌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대규모 미국 로비는 국내 규제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라는 두 가지 위기와 맞물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급 로비 자금과 트럼프 측근 로비스트들의 대거 영입은 단순한 정책 대응을 넘어, 국내 규제를 우회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