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 및 규제지역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기존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일괄 축소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월세 전환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8일부터 시행된 이 규제 조치는 약 5만2000명의 1주택자 전세대출 이용자 중 약 30%에 영향을 미쳐 대출 한도가 평균 6500만원가량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비중 증가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3개월간 11.7% 감소했으며, 특히 성북구의 경우 50.5%나 급감하는 등 주요 인기지역의 전세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 반면 7월 기준 서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중은 전년 동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해 52%에 머문 반면, 월세 비중은 41%에서 48%로 증가하며 월세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지표인 전월세전환율도 8월 기준 서울에서 4.25%를 기록, 2018년 1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세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425만원, 월 35만4000원의 임대료 부담으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음을 뜻한다.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0월 4.10%에서 지난 10개월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 전세시장을 위축시키고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심화할 것을 우려한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 한도 축소가 임차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갖지만, 공급량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월세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이 크다”면서 “서민 주거 안정 장치 마련과 공급 효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세심한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신한 양지영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임대사업자 대출 제한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주택 임차 수요자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 분석했다.
정부는 이러한 대출 규제와 함께 수도권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9·7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의 신규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질적 공급 확대가 주거시장 안정에 체감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시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실행력 문제와 공공주택 중심 공급의 한계가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 지속시 추가적인 전세대출 보증비율 하향 조정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확대 등 강도 높은 대책도 예고하며 정책적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대출 총규모가 2015년 46조원에서 지난해 약 200조원으로 급증한 현실 속에서 전세대출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다각도의 대책 마련도 함께 요구된다.
결국 이번 전세대출 한도 축소는 임대차 시장의 큰 구조 변화를 예고하며, 서민층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공급 정책과 금융 규제가 조화롭게 시행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 서민 주거 안정 장치와 임대차 시장 정상화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