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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공간사회학]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오프그리드 여행이 뭐길래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집 나가면 고생이랬다.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자진해서 집을 나가 흔쾌히 고생을 택한다. 오프그리드 여행도 그중 하나다. 당장 몸은 고생이지만, 얻는 것은 분명히 있다. 온전히 자연을 즐기며, 속세의 묵은 때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문명과는 멀어지고, 대신 자연과 가까워지는 여행, 오프그리드 여행을 소개한다.


편안함을 버리고 떠나는 무소유 여행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는 ‘현대적 설비를 이용하지 않고 자족적으로’라는 관용어구 형태로 쓰인다. 오프그리드 여행 또한 문명이 주는 혜택을 자의로 거부하고, 통신, 전기, 수도 등을 사용할 수 없는 무(無)전력 여행을 택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기업 멜트워터(Meltwater)와 위아소셜(We Are Social)이 조사한 《디지털 2023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 47분, 일 년으로 치면 101일에 달한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더 디지털화되었다. 재택근무 하는 사람이 늘면서, 쉼터였던 집과 일을 하는 사무실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오프그리드 여행은 이처럼 우리 생활과 밀착해 있는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조용히 심신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직접 식재료를 구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대신 자연의 아름다 움을 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자연친화, 자급자족, 디지털 디톡스

 

오프그리드 여행에 대한 욕구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드러난다. 전 세계 84개국 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 KOTRA) 무역관이 26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12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책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도 오프그리드 여행에 주목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 & Tourism Council, WTTC)가 2021년 발간한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향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오프그리드 여행이 유망할 거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 숙박 예약 플랫폼이 한국인 1000명을 포함한 전 세계 32개국 2만4000명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가 오프그리드 스타일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연관 키워드로도 숲, 계곡, 하늘, 비 등 자연과 관련된 단어들이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오프그리드 여행을 통해 깨끗한 물을 얻는 방법, 최소한의 도구로 불을 피우는 방법, 야생에서 식량을 찾는 방법 등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전쟁, 감염병, 대형 화재와 자연재해 등을 겪으며 생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또 한국인 응답자의 경우 명상, 정신건강을 위한 여행을 바랐다. MZ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조용한 휴양지를 더 선호한 것도 흥미롭다. 건강 회복에 집중하거나 하던 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대답한 국가별 비율은 베트남, 태국, 중국, 인도, 홍콩, 한국 순으로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63%는 오프그리드 여행임에도 ‘여행지에서 핸드폰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을 조건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속세에서 벗어나더라도 통신만큼은 벗어날 수 없다는 현대인의 의지가 드러난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나의 가치를 높이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프그리드를 세상에 적극적으로 꺼내 보이고 있다.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정글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완전한 무전력 상태는 아니지만, tvN ‘삼시세끼’, ‘숲속의 작은집’, ‘바퀴 달린 집’ 등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콩콩팥팥’, 현재도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이 자급자족의 삶을 보여준다. MBN 장수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 역시 리얼 오프그리드 라이프를 보여준다.


오프그리드 여행의 가치는 지속 가능성에 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을 싸는 것, 전력과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 로컬 푸드로 밥상을 차리는 것, 이 모두가 결국은 환경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치는 바로 ‘나’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세상이 추구하는 빠른 속도, 편리함을 벗어던지고 나만의 속도, 나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다. 당장 여행은 아니더라도, 주문 배달 애플 리케이션을 지우고 직접 식당에 들러 음식을 구하거나 온라인 장보기가 아닌 가까운 시장이나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도 하나의 오프그리드라 할 수 있다.


일상과는 조금 멀어지고 싶지만, 핸드폰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이라면, 골프장도 좋은 여행 지가 될 수 있다. 정신 건강, 회복, 자연, 이 모든 것이 골프장에 있다. 물론 원한다면 디지털 디톡스도 가능하다. 번잡함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현대 문명이 내게 준 혜택을 모두 잠시 꺼버리고(off) 자연에서, 또 골프장에서 새로운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 보자. 자연뿐만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 또한 더욱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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