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5년 미국 10대들이 맥락 없이 쓰는 ‘67(식스세븐)’이 딕셔너리닷컴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이 단어는 명확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감탄사로, 또래 간 공감을 나타내며 대화를 이어갈 때 사용된다.
한국어로 치면 '헐'이나 '어쩔'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2025년 여름부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됐으며, 특히 학교 교실과 가정에서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외치는 현상이 보고되면서 부모들과 교사들의 혼란과 우려를 낳았다.
Dictionary.com, USA Today, CBS News, CNN, New York Post, Los Angeles Times, The Independent에 따르면, ‘67’의 기원은 2024년 12월 발표된 래퍼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 (6 7)’에서 비롯된다. 이 노래에서 반복되는 ‘6-7’은 고향인 필라델피아 또는 시카고의 67번가, 혹은 ‘10-67’이라는 사망 신고 경찰 코드에 연관되었다는 추측이 있다.
하지만 스크릴라 본인은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후 이 구절은 프로농구 선수 라멜로 볼(키 6피트 7인치)의 하이라이트 영상 등에 활용되며 젊은 층 사이에 확산됐다.
‘67’은 특정 의미보다는 감정 표현과 소속감 형성에 주로 쓰인다. 딕셔너리닷컴 사전학자인 스티브 존슨은 ‘6-7’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인터젝션(감탄사)’로, 젊은층이 자신들만의 농담과 사회적 신호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A&M대 언어학자인 살바토레 아타르도는 10대들이 ‘우린 이 농담을 아는 그룹’임을 확인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과 구별 짓는 문화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역의 교육 현장에서는 ‘67’이 학생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비교육적 영향을 우려하며 사용 금지령을 내린 학교도 늘고 있다. 이는 단어가 명확한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발화되는 ‘브레인 로트(brain rot)’ 현상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사회학자와 언론은 이 현상이 디지털 시대 젊은 세대가 무의미한 즐거움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새로운 언어 현상임을 주목한다.
딕셔너리닷컴은 매년 사회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를 선정해왔는데, 2023년에는 AI 왜곡 우려를 담은 ‘hallucinate(환각하다)’, 2024년에는 틱톡 인플루언서가 유행시킨 ‘demure(얌전한)’가 선정됐다. ‘67’은 전례 없는 ‘의미 없는 단어’ 선정으로, 올해 영어권 청소년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인류문화 및 사회학 전문가들은 "이번 단어 선정은 10대들의 언어문화, 소통 방식, 그리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생성하는 신조어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사례"라며 "부모와 교육자는 ‘67’ 현상을 단순한 혼란으로 치부하기보다, 세대 간 언어적 차이와 변화 양상을 관찰하는 문화적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이 인터넷 기반의 ‘의미 없는 유행어’가 언어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한 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