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한국의 대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은 반도체 산업의 기록적 호황이 대학 입시판까지 뒤흔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에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몰리고 있다.
'철밥통' 직업으로 여겨지던 의대 선호도는 급감하는 반면, 졸업 즉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가 새로운 '인기 전공'으로 부상했다.
계약학과 지원자 40% 급증, 경쟁률 5년 만에 최고
종로학원이 2026년 1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7개 대기업과 연계된 12개 대학 16개 계약학과 지원자는 총 2,4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787명 대비 38.7%(691명) 증가한 수치다. 전체 경쟁률은 9.77대 1에서 12.77대 1로 상승하며 최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계약학과 정시 선발 인원은 2022학년도 78명에서 2023학년도 140명, 2024학년도 178명, 2025학년도 183명, 2026학년도 194명으로 5년 새 2.5배 이상 확대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계약학과 경쟁률 현황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계약한 7개 대학 8개 학과에는 1,290명이 지원해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 연계 3개 대학 계약학과 지원자도 320명으로 12.7% 늘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반도체공학과가 89대 1로 2026학년도 전체 대기업 계약학과 정시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 올해 신설된 성균관대학교 배터리학과(삼성SDI 연계)는 신규 학과임에도 46.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달성했다.
AI 반도체 호황이 이끈 '이공계 르네상스'
이 같은 계약학과 인기 급등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기록적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8.17% 급증한 것으로, 한국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었다.
2025년 연간 삼성전자 매출은 332조7,700억원으로 전년비 10.6% 상승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연간 영업이익도 43조5,300억원으로 전년비 33% 증가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역시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5년 1,73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2% 급증했다. 12월 월간 반도체 수출만 207억 7,000만 달러로 43.2% 증가하며 월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 '억대 성과급'이 수험생 마음 움직여
SK하이닉스의 파격적 성과급 정책도 수험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2025년 영업이익이 약 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직원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72조~96조원까지 증가할 경우 1인당 평균 성과급이 2억2,000만~2억9,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 정시 지원자 32% 급감, 5년 내 최저
반면, 의대 선호도는 급락했다. 2026학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 정시모집 지원자는 7,125명으로 전년 대비 32.3% 감소하며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의대 정시 지원자 추이를 보면, 2022학년도 9,233명, 2023학년도 8,044명, 2024학년도 8,098명, 2025학년도 1만518명이었으나 2026학년도 7,125명으로 급감했다.
지원자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2026학년도 의대 정시 모집정원이 전년도 1,599명에서 1,078명으로 521명(32.6%) 축소된 데 있다. 권역별로는 경인권이 54.0%(454명)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고, 지방권도 34.3%(2,786명) 줄었다.
과학기술원도 인기 급등, 이공계 전반의 부활
4대 과학기술원(KAIST·DGIST·UNIST·GIST)의 인기도 급등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120.50대 1로 전국 190개 대학 중 정시 경쟁률 1위를 기록했고, KAIST 81.80대 1, 울산과학기술원 80.53대 1, 광주과학기술원 65.93대 1 순으로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기업 계약학과가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에게 하나의 특수 지원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따라 선호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연계된다는 장점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계약학과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