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1조7775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두고 벌어진 수주전에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입찰 제안서 평가 결과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양측 업체에 통보했다.
방사청 측은 "향후 디브리핑 및 이의제기 여부 확인, 평가 결과 검증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10월 중 협상 우선순위 업체를 최종 결정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변이 없는 한 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업은 적의 통합방공망과 무선지휘통제체계를 전자전 공격으로 교란·마비시키는 전자전기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캐나다 봄바디어의 G6500 민항기를 개조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자기전 임무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자전기는 전자파를 이용해 적의 레이더와 통신장비, 미사일 등을 무력화하는 항공기로 현대전의 핵심 전력이다. 군사작전이 시작될 때 우선적으로 투입돼 적의 눈과 귀를 가려놓고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아군 전력의 생존성과 작전효과를 높일 수 있어 현대 전장의 필수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사청은 총 4대의 전자전기를 만들어 공군에 전력화할 계획이다. 2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본형 모델을 만들어 전력화하고 나머지 2대는 성능을 개량하는 추가 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두 사업을 모두 합치면 총 3조원대 사업이 된다.
이번 수주전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방산 개발에서 자주 협업해왔던 KAI와 LIG넥스원이 서로 다른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KAI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은 대한항공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측이 각자 노선을 택한 배경에는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LIG넥스원이 대형 방산 사업 수주를 통해 빠르게 외형을 키워온 점도 협상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확정될 경우 장비 개발은 LIG넥스원이, 항공기 통합 작업은 대한항공이 맡게 된다. LIG넥스원은 수주전에서 항공기용 전자공격(ECM), 디지털 레이더경보수신기(RWR), 전자지원(ESM), 전자보호(EPM) 등 전자기전 전 분야 개발 이력과 국내 유일 지향성 전자공격기술 실증 경험을 내세웠다.
대한항공은 50여년간 국내에서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양산·정비·성능개량을 수행하며 다양한 민항기 개조·제작 역량을 쌓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