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복지부 장관님,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진 지 며칠 만에,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던 40대 남성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며 근본적 대책을 주문했고, 복지부는 자살률 현황과 원인, 정부 대책을 대통령실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한국의 민낯에 대해 대통령의 자살률 질타가 이뤄진 직후 발생한 맥도날드 직장내 괴롭힘 투신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맥도날드 집단 괴롭힘"…현장엔 고통 호소 전단
지난 6월 13일 저녁 6시경, 서울 동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던 배달원 A씨가 인근 건물에서 투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맥도날드 집단 괴롭힘'이란 제목의 전단이 다수 발견됐고, "내가 가는 것은 맥도날드 안에서 생긴 일 때문이다" 등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A씨의 사망 경위에 대해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수사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다른 이유 있을 수 있다"…책임 회피 논란
맥도날드 측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놨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고인의 주장일 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유가족과 노동계는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 "직장 내 괴롭힘, 자살 위험 자체를 높인다"
실제로 최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1만2541명의 한국 직장인을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자살 사고(생각)와 시도를 각각 1.47~1.81배, 2.27~4.43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없어도 괴롭힘 자체만으로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은 직종을 불문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자살 경향성이 단순한 개인 정신건강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반복되는 맥도날드 직장 내 괴롭힘 논란…해외도 예외 아냐
맥도날드는 국내외에서 반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여 왔다. 2023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100건이 넘는 성희롱·괴롭힘 사례가 드러났고, 미국에서도 2016년 이후 100건 이상의 유사 소송이 제기됐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맥도날드 본사 차원의 실태 조사와 시스템 개선 없이는 유사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OECD 최고 자살률…정부·기업 모두 근본 대책 시급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으로, OECD 평균(11.1명)의 두 배를 넘으며 2004년 이후 줄곧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 40~50대에서는 2위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와 맞물려, 이번 맥도날드 사건은 정부와 기업 모두의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ESG 강조하는 맥도날드…현장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
맥도날드는 한국의맛 프로젝트, 기부 행사 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가맹점 관리와 현장 노동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